비만이 암을 일으키는 3대 기전, 염증·호르몬·대사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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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 암을 일으키는 3대 기전, 염증·호르몬·대사의 악순환

캔서앤서 2026-03-20 13:20:16 신고

비만이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다만 비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암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설명은 명확하지 않았다.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자마(JAMA,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 3월 실린 논문 ‘중개 과학 리뷰(Translational Science Review)’에 그 기전이 설명돼 있다.

논문에 따르면, 과체중과 비만은 미국 내 새로운 암 진단의 약 10%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에모리대 닐 이옌가(Neil Iyengar) 박사 연구팀은 이 리뷰에서 비만이 암 발생을 촉진하는 주요 생물학적 경로와 이를 차단할 수 있는 치료적 접근을 종합 정리했다.

비만은 단순히 '체중 문제'가 아니며, 몸 안에서 염증, 호르몬 이상, 대사 교란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동시에 작동시켜 암이 자라기 좋은 생물학적 토양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비만은 단순히 '체중 문제'가 아니며, 몸 안에서 염증, 호르몬 이상, 대사 교란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동시에 작동시켜 암이 자라기 좋은 생물학적 토양을 만들어낸다는 연구가 나왔다./게티이미지뱅크
비만은 단순히 '체중 문제'가 아니며, 몸 안에서 염증, 호르몬 이상, 대사 교란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동시에 작동시켜 암이 자라기 좋은 생물학적 토양을 만들어낸다는 연구가 나왔다./게티이미지뱅크

① 지방조직은 '창고'가 아닌 염증 생산 기관

비만에서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지방조직 자체의 변질이다. 지방세포가 비대해지면 세포막이 팽창하며 전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방출하기 시작한다. 동시에 지방분해가 증가해 유리지방산이 혈중으로 쏟아지고, 이 유리지방산은 다시 지방조직의 염증 경로를 자극한다.

이 과정에서 죽어가는 지방세포 주변에는 면역세포인 대식세포가 모여들어 이른바 '왕관 유사 구조'를 형성한다.

침윤된 대식세포는 죽은 지방세포를 에워싸며 왕관 유사 구조를 형성하고, NF-κB 경로를 활성화해 TNF-α·IL-6·IL-1β 같은 전염증성 매개물질의 수치를 끌어올린다. 이 물질들은 다시 아로마타제 유전자의 전사를 촉진해 에스트로겐 합성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비만 상태에서 유리지방산은 페투인 A(Fetuin A)와 결합해 대식세포의 톨유사수용체 4(TLR4)를 자극하고, NF-κB 신호를 강화하며 COX-2·IL-1β·TNF-α 같은 전염증 유전자 발현을 늘린다. 이 과정은 암세포 성장에 유리한 종양 미세환경을 구성하는 핵심 기전으로 지목된다.

② 인슐린·IGF-1 과잉 : 암세포 성장 신호

두 번째 경로는 대사 이상이다. 비만에 따른 내장지방 축적은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을 유발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 상태에서 인슐린과 IGF-1 수용체는 만성적으로 과활성화된다. 그 결과 세포 내 포도당 흡수, 세포 증식, 혈관 신생이 촉진되며 악성 형질전환과 종양 성장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슐린 저항성과 고인슐린혈증은 PI3K/Akt, MAPK 같은 발암 경로를 활성화해 종양 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강화한다. 이 경로는 대장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여러 비만 관련 암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분자적 연결고리다.

영국 바이오뱅크 코호트 16만 3008명을 중앙값 11년 추적한 대규모 연구에서, 고도 비만·고염증·인슐린 저항성은 각각 독립적으로 전체 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세 가지가 동시에 존재할 때 위험이 가장 크게 증가했다.

비만으로 인한 염증, 인슐린·IGF-1 과잉, 에스트로겐 상승은 서로 강화하며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시스템이다./AI 이미지
비만으로 인한 염증, 인슐린·IGF-1 과잉, 에스트로겐 상승은 서로 강화하며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시스템이다./AI 이미지

③ 에스트로겐 과잉 : 지방이 여성 암의 연료가 되는 이유

세 번째 경로는 호르몬 변화다. 이 기전은 특히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자궁내막암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폐경 후에는 난소가 아니라 지방조직이 에스트로겐의 주요 생산처가 된다. 지방조직의 아로마타제 효소가 안드로겐을 에스트로겐으로 전환하는데, 비만 상태에서는 지방조직이 많아질수록 아로마타제 발현이 증가하고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아진다. 이 과잉 에스트로겐이 자궁내막 증식과 악성화를 촉진한다.

상승한 에스트로겐 수치는 에스트로겐 수용체 양성 유방암 세포의 증식을 자극하고, 치료 저항성과 더 공격적인 암세포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에스트로겐은 추가로 종양 성장을 촉진하는 성장인자 발현도 유도한다.

즉 비만 여성의 지방조직은 스스로 에스트로겐 공장이 되어 암에 지속적으로 연료를 공급하는 셈이다.

세 경로는 따로 작동하지 않는다

비만은 지방세포 비대를 유발하고, 이것이 염증성 사이토카인·케모카인·렙틴 분비를 촉진한다. 이 아디포카인들은 대식세포 침윤과 분극화를 유도하고, 대식세포는 다시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분비해 직접 암을 촉진하거나, 지방세포의 아로마타제 발현을 높여 에스트로겐 생산을 증폭시킨다.

동시에 지방조직 염증은 인슐린 저항성을 심화시켜 인슐린·IGF-1 수치를 올리고, 이 호르몬들도 직접적으로 암세포 증식을 돕는다. 염증, 인슐린·IGF-1 과잉, 에스트로겐 상승은 서로 강화하며 맞물려 돌아가는 하나의 시스템이다.

체중계 숫자가 아니라 몸 안의 환경을 봐야

이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비만 관련 암의 위험을 이해하려면 체중이 아니라 몸 안에서 벌어지는 염증과 대사의 흐름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만은 인슐린, 렙틴, 아디포카인, 아로마타제 신호 경로를 통해 암 발생과 치료 저항성에 기여하며, 이 변화들은 종양 혈관 분포와 종양 미세환경 내 염증에도 영향을 미쳐 종양 발생과 성장을 지원한다.

결국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살이 쪘는가"가 아니라 "내 몸 안의 염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인슐린 신호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 "지방조직이 지금 어떤 신호를 내보내고 있는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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