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라스는 미국 공장에 간다는데 왜 한국만 시끄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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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는 미국 공장에 간다는데 왜 한국만 시끄러울까

프레시안 2026-03-20 13:14:05 신고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얘기로 온 세상이 시끌벅적하네. 대체 그 로봇은 언제 투입되는 건가?

현대차 발표 보니까 2028년이라더군, 그런데 한국 공장이 아니라 미국 공장이라던데?

어? 그럼 미국에서도 노조가 항의했겠군. 주식시장도 언론도 난리가 났겠는데?

허를 찔렸다. 생각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급하게 검색을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한국에서 보았던 풍경은 도저히 구경할 수 없었다. 아틀라스가 공개된 CES 행사가 열린 곳도 미국 라스베가스 아니었는가. 하지만 해외 언론에 나온 소식 대부분은 한국에서 현대차노조가 반발했다는 뉴스를 받아쓰기 한 것들이었다.

미국과 테슬라 주가는 조용

그럼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현대차보다 휴머노이드에 더 진심인 테슬라가 있잖은가. '옵티머스(Optimus)'가 공개되고 언론에 오르내릴 때 주식시장도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았을까? 테슬라가 주가 부양에도 진심이지 않은가.

그 예상도 보기 좋게 빗나갔다. 휴머노이드와 테슬라 주가는 큰 관계가 없었다. 아니, 어쩔 땐 휴머노이드가 테슬라 주가를 갉아먹기도 했다. 지난 2년간 옵티머스 관련 테슬라의 주요 정책 발표 시점, 언론 공개행사 시점과 주가 변동을 살펴보았다. (아래 그래프)

▲ 옵티머스 관련 테슬라 주요정책 발표 및 언론 공개행사 시점과 테슬라 주가 그래프.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2024년 4월 23일 : CEO 일론 머스크가 옵티머스 관련 아직 연구 단계지만 "이르면 2025년 말 판매 준비가 될 수 있다"고 발언. 테슬라 주가에는 큰 변동이 없었음.

2024년 7월 22일 : 일론 머스크가 옵티머스를 "2025년부터 테슬라 내부 용도로 저생산 배치"하겠다고 언급. 주가 약 1% 상승했으나 이틀 후 2분기 실적발표 뒤 주가 12% 급락. 로봇과 자율주행으로는 실적 반등 어렵다는 평가.

2024년 10월 10일 : 야심차게 준비한 'We, Robot' 행사에서 옵티머스 시연. 그러나 주가는 다음 날 거의 9% 하락 마감. 시장은 구체적 사업모델과 양산성에 의문 제기.

2025년 3월 3일 : 모건 스탠리가 AI·로보틱스 서사를 재평가해 테슬라를 최선호주로 선정하며 주가 2% 상승.

2026년 1월 말 :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 관련 생산 확대가 초기에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리게(agonizingly slow)" 이뤄질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 보임. 주가는 큰 변동 없음.

홍미로운 건 테슬라가 작정하고 옵티머스 공개와 시연을 핵심 테마로 잡아 기획한 'We, Robot'이라는 행사는 주가를 떨어뜨린 반면, 테슬라가 기획하지 않았던 모건 스탠리의 평가가 주가를 올려줬다는 점이다.

로봇과 생산지옥(production hell)

천하의 일론 머스크가 로봇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2018년에 모델 3 세단 대량생산 앞에서 난관에 부딪힌 거다. 생산라인은 툭하면 가다 서다를 반복했고, 잘 돌아갈 때도 라인 속도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원인은 너무 많은 자동화 로봇이었다. 모델 3 조립라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봇으로 채워졌다. 미국 방송 <CBS> '디스 모닝(This Morning)'과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는 당시 상태를 '생산지옥(production hell)'이라 부르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바 있다.

"우리가 핵심 기술이라고 생각했던 몇몇 부분에 대해 방심했어요 … 모델 3에 너무 많은 신기술을 한꺼번에 넣었습니다. 이건 -- 이건 단계적으로 진행했어야 했어요. (We got complacent about some of the things that we felt were our core technology…. We put too much new technology into the Model 3 all at once. This -- this should have been staged)"

진행자 게일 킹은 "어떤 경우에는 로봇이 오히려 생산 속도를 늦췄던 거죠. 맞나요?(In some cases, the robots actually slowed the production. Right?)"라고 질문한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솔직한 답이 이어졌다.

"네, 맞습니다…. 굉장히 미친 듯이 복잡한 컨베이어 벨트 네트워크가 있었는데 … 그게 작동을 안 해서, 그 전체를 없애버렸어요. (Yes, they did…. We had this crazy, complex network of conveyor belts…. And it was not working, so we got rid of that whole thing.)"

일론 머스크는 캘리포니아 공장에서 먹고 자며 생산라인 정상화를 위해 온힘을 쏟는다. 초췌한 얼굴로 응한 <CBS>의 인터뷰 기사 트윗에 일론 머스크는 "인간 노동자를 너무 과소평가했다(Humans are underrated)"며 댓글을 달기도 했다. (아래 트위터 갈무리 사진)

▲ <CBS>의 일론 머스크 인터뷰 기사 트윗과 머스크의 댓글. (번역 - <CBS> : Elon Musk도 테슬라가 모델 3 생산이 로봇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더 많은 노동자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 머스크 : 맞다. 테슬라에서의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정확히 말하면, 내 실수였다. 인간은 과소평가돼 있다.) 트위터 캡쳐

두 발의 로봇, 두 갈래의 서사

물론 이 에피소드는 8년 전 얘기다. 게다가 문제가 된 로봇은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각종 자동화 기계다. 하지만 그래서 더 문제가 된다. 컨베이어벨트에 밀착된 자동화 장치를 안정화 시키는 일도 이렇게 어려운데, 인간의 형상을 한 채 이족보행을 하는 휴머노이드가 생산라인에 들어오면 훨씬 다양한 골칫거리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몸의 균형을 잡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머리를 차량 안쪽까지 들이민 채, 90kg의 로봇이 그 좁은 공간에 팔까지 집어넣고 민감한 전장부품을 조립한다는 상상해보시라. 조금의 스크래치도 용납하지 않는 최종 조립라인에서 여러 대의 로봇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량생산에 익숙하도록 만드는 일은 모델 3 사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의 생산라인 투입에 아주 조심스럽다. 게다가 이들이 인간 노동력을 쉽게 대체할 것이라는 말도 함부로 하지 않는다. 결국 생산라인에 아무리 많은 로봇을 투입해도 인간 노동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열린 어번던스 서밋(Abundance Summit)에서 "로봇이 로봇을 만드는 날이 언제쯤 올까"라는 질문, 그러니까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언제쯤 대체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물음에 오히려 그는 앞으로 인간 노동력 고용 규모가 늘어날 거라 말하기도 했다.

"우리는 정리해고나 인력감축 계획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요. 노동자 고용 규모를 늘릴 예정입니다. (We don't plan to lay off employees or reduce the number of staff. On the contrary, we will increase the number of employees)"

실제로 테슬라는 생산량 대비 가장 많은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곳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생산량 대비 가장 많은 인간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지엠(GM), 포드(Ford)와 비교하면 판매량 대비 고용 규모가 거의 2배에 달한다. 로봇이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라는 서사로 하루아침에 주가가 폭등하는 기업도 아니다.

▲ 테슬라, 지엠, 포드의 2025년 고용 규모와 판매량.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휴머노이드가 주가는 띄울지 몰라도

현대차의 지난 2년 간 주가 추이를 보면 '아틀라스 효과' 외에 다른 반등 요인이 없다. 올해 초 라스베가스 CES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한 직후 1월 7일부터 폭등하기 시작하다 2월 초쯤에 빠지기 시작하자, 바로 그 타이밍(2월 7일)에 백덤블링 영상을 내보냈고 다시 주가는 치솟았다. 하지만 이제 1월 말 수준으로 주가는 다시 빠진 상태다.

▲ 현대차의 지난 2년 주가 추이. 2026년 1월 7일 아틀라스 CES 시연이, 2월 7일 아틀라스 백덤블링 영상 공개가 있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테슬라의 경우 생산지옥에 부딪혀 헤매던 2019년까지 주가는 바닥을 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기차가 각광받던 시점에 폭등했다. 수요가 폭증했고 이를 받쳐줄 대량생산 문제까지 해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과연 현대차는 골치 아픈 휴머노이드의 복잡한 대량생산 퍼즐을 2028년까지 해결할 수 있을까?

휴머노이드가 주가를 띄울 수는 있어도, 생산라인을 안정화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테슬라가 이미 한 번 배운 것처럼, 자동화의 약속은 화려하지만 대량생산의 현실은 끝내 고도의 판단과 숙련을 담지한 인간 노동력을 다시 호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를 먼저 말한 쪽은 기업이었을지 몰라도, 미래를 현실로 바꾸는 쪽은 결국 노동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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