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트렌드와 의료 AI 관련 기술이 글로벌 산업계의 핵심 먹거리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정형외과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대형 상급종합병원과 손잡고 파괴적 혁신을 예고했다. 단순한 보조 진단 소프트웨어를 넘어, 의료진의 판단부터 수술 로봇의 구동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거대한 인공지능 두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AI 기반 정형외과 디지털헬스 및 수술로봇 전문 기업 코넥티브(CONNECTEVE)가 지난 19일 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 AI 연구원(HARI) 및 융합기술원과 ‘근골격계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맺었다. 단순 연구 교류 차원을 벗어나 국내 의료 AI 생태계의 근본적 체질을 바꾸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날 협약식 현장에는 노두현 코넥티브 대표와 이형철 서울대병원 HARI 부원장, 김영곤 융합의학과 교수 등 양측 핵심 관계자들이 참석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 지었다.
이번 공동 연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단연 데이터의 압도적인 규모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축적한 450만 장 이상의 근골격계 임상 및 영상 데이터가 코넥티브의 AI 학습에 투입된다. 국내 단일 의료 기관 기준으로 최대치에 달하는 분량일 뿐만 아니라, 임상 현장의 복잡하고 다양한 케이스를 온전히 담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좀처럼 구하기 힘든 고순도 ‘원유’를 확보한 셈이다.
양측은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근골격계에 특화된 범용 인공지능, 즉 파운데이션 모델을 구축할 방침이다. 골절 부위를 찾아내는 단순 탐지 작업부터 관절의 변성 상태 진단, 최적의 수술 계획 수립, 수술실 내 뼈와 관절의 실시간 위치 정렬, 나아가 수술 후 합병증 예측에 이르기까지 정형외과 진료의 모든 주기를 하나로 꿰뚫는 통합 솔루션을 완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코넥티브의 행보가 업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기술적 비전뿐만 아니라 실제 시장에서의 빠른 침투력 덕분이다. 코넥티브는 이미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필두로 까다롭기로 소문난 유럽 CE 인증,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보건부(DOH) 허가까지 연달아 따내며 규제 장벽을 넘었다. 특히 제품 정식 출시 3개월 만에 전국 30여 개 병의원에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냈다. 현장 의료진의 미충족 수요를 정확히 짚어낸 제품 기획력과 민첩한 영업망이 맞물린 결과다.
이형철 HARI 부원장은 "서울대병원이 보유한 세계적 수준의 임상 데이터와 인프라, 융합의학과의 노하우가 코넥티브의 날렵한 기술력과 만났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의료 현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파운데이션 모델 탄생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 실무를 맡은 김영곤 교수 역시 임상적 실효성과 시스템의 기술적 완결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노두현 대표는 "이번 연구는 당사가 개별 AI 솔루션 판매사를 넘어, 근골격 의료 AI의 밑바탕을 설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최고 수준의 데이터와 기술 결합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표준을 제시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이라는 거대 인공지능을 의료 현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컴퓨팅 비용과 천문학적인 유지 보수 자본이 요구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호시탐탐 헬스케어 시장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토종 스타트업이 그들의 막강한 생태계 방어망을 뚫고 경제성까지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결국 혁신적인 기술력이 일선 병원의 수익성 개선과 건강보험 수가 체계 내에서의 가치 입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야만 진정한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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