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지난 1월에 이어 2회 연속 연 3.50~3.75%로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더 이상 금리를 인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중동 전쟁 격화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맞물려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 시간) 중동 에너지 시설 피격 소식에 전날 브렌트유 5월물은 전장 대비 3.8% 급등하며 배럴당 110달러 선을 돌파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00달러 가까이 올랐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하며 원유를 무기화한 데 이어 이스라엘이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스(South Pars)를 폭격하고 이에 맞서 이란이 주변국 에너지 시설에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국제 원유 공급망에 비상이 걸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하며 원유를 무기화함에 따라 배럴당 120달러 도달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간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가스전을 더 공격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와 더불어 “이란 전쟁이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고 언급하자 유가 상승세는 소폭 꺾여 브렌트유는 종가 기준 1.2% 오른 배럴당 108.65달러 선까지 내려왔다.
다만 급등한 유가는 연준의 물가 목표 달성에 결정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고 있고, 이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도 더이상 일시적 쇼크로만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상방 압력을 가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미국 경제는 꽤 괜찮다”라면서도 “이란 전쟁이 얼마나 오래, 얼마나 심각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중동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진단했다.
이번 회의에서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 역시 시장의 인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은 2026년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7%로 상향 조정하며 긴축 장기화의 근거를 마련했다. 실제 금리 전망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19명 중 가장 많은 7명이 현재 수준인 3.50~3.75% 유지를 선택했고, 3.25~3.50%를 제시한 위원도 7명에 달해 사실상 연내 인하 횟수 전망이 기존 3회에서 1회 수준으로 대폭 축소된 격이다.
이는 지난해 12월 점도표에서 3.00% 이하를 전망한 위원이 4명에 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에는 단 3명만이 3.00% 미만을 점쳐 연준 내부에서 매파적 색채가 짙어졌음을 나타냈다. 대부분의 위원이 높은 물가 전망을 반영해 인하 속도를 늦추는 모습을 보였으며, 파월 의장은 “물가가 목표치를 지속 상회할 경우 다음 조치는 인하가 아닐 수 있다”는 이전 의사록의 경고를 상기시키기도 했다.
다만 고용 시장의 부진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2월 비농업 신규고용이 9만2000명 감소하며 경기 침체 신호가 켜졌으나 물가 억제를 위해서는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면초가’ 상황에 놓인 셈이다.
메리츠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유가 변수가 더해지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로 연내 인하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미국의 경제상황이 성장률 자체만 보면 안정적이나 AI 관련 투자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있을 뿐”이라며 “노동시장과 주택시장이 굉장히 부진한 상황으로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고용 수요가 견조했고 초과저축 역시 2조달러 수준이었던 러우전쟁 당시와 달리 현재는 초과저축도 고갈된 상태인 데다가 고용 역시 위험한 상황”이라며 “올해 9월과 12월 쯤 인하가 다시 재개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동 전쟁이 4주에서 6주 이상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결될 것이라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4분기에 1회 정도 인하할 수 있으나 전쟁이 장기화되거나 유가가 더 높은 수준에서 머무를 경우 인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짚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은 10월 FOMC까지 기준금리가 동결될 확률을 70% 이상으로 점치는 등 그동안 하반기 중 두 차례 이상의 금리 인하를 예상해왔으나, 최근에는 연내 인하 횟수를 한 차례 이내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한편 미국 금리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고착될 경우, 달러 강세와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이어져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자본 흐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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