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렌트유, 120 달러 근접 이후 급반락…‘중동 리스크 vs 공급완화 카드’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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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120 달러 근접 이후 급반락…‘중동 리스크 vs 공급완화 카드’ 힘겨루기

뉴스로드 2026-03-20 07:41: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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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가격 표지판/연합뉴스
미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가격 표지판/연합뉴스

[뉴스로드] 국제유가가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미국의 공급완화 시사 사이에서 널뛰기 장세를 연출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와 잇따른 에너지 인프라 공격으로 한때 브렌트유가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했지만, 미국의 제재 완화·비축유 방출 카드가 부각되며 상승분 상당 부분을 반납했다.

19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108.6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장보다 1.2% 오른 수준이다. 장중 한때는 119.13달러까지 치솟아 2022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었던 이달 9일 장중 고가(119.5달러)에 거의 근접했으나, 이후 매물이 쏟아지며 상승 폭을 크게 줄였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 인도분 선물은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96.14달러에 마감해 전장보다 0.2% 하락했다. 장중에는 미국이 원유 수출 제한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 100달러를 웃돌았지만, 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자 급속히 되돌림이 나타났다.

브렌트유와 WTI 간 가격 차이는 배럴당 10달러를 크게 웃돌며 약 11년 만에 최대 폭으로 벌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글로벌 해상 운송 리스크가 부각된 브렌트유가 상대적으로 더 강세를 보이는 반면, 미국 내 생산·수송 여건이 반영되는 WTI는 정책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시장 급등락의 배경에는 중동 지역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연쇄 공격이 자리하고 있다. 전날 이스라엘은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 파르스와 이란 남서부 해안 아살루예 천연가스 정제시설 단지를 폭격했다.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은 카타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의 핵심 거점인 라스라판 가스시설을 공격해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에도 공격은 이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연안 얀부에 위치한 아람코-엑손모빌 합작 정유시설(SAMREF·삼레프)이 드론 공격을 받아 얀부항 석유 수출 터미널의 선적이 한때 중단됐다. 쿠웨이트 정유시설 2곳 역시 이란 드론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중동 전역의 원유·가스 공급 인프라가 잇따라 타격을 입었다.

이처럼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은 제재 완화와 비축유 방출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폭스 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을 늘리고 유가를 낮추기 위한 여러 수단을 갖고 있다”며 유조선에 실린 채 묶여 있는 약 1억4천만 배럴 규모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조만간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략비축유(SPR) 추가 방출 가능성도 함께 시사했다.

미 재무부는 같은 날 이달 12일 이전에 선적된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해서도 제재를 한시적으로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강화된 대러 제재를 부분적으로 완화해 단기 공급 불안을 완충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필 플린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 수석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고점 대비 하락한 것은 시장이 공급에 대해 더 큰 자신감을 갖게 됐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중동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하지만, 미국의 정책 수단이 실제 공급망 위축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가격 조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군사적 긴장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군사 개입 가능성을 선을 그었다. 그는 백악관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이란에 미군 지상군을 투입하거나 병력을 증파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어디에도 병력을 보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설령 그렇게 하더라도 미리 말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나는 병력을 보내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이란이 카타르 에너지 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을 자제할 경우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 대한 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동 에너지 인프라를 둘러싼 보복 악순환을 차단해 국제 에너지 시장 불안을 완화하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당분간 국제유가는 중동 지역의 추가 공격 여부와 미국의 제재 완화·비축유 방출 속도, 그리고 호르무즈 해협 운항 상황 등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공급 차질 우려와 정책 완화 기대가 맞서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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