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찬희 기자(챗GPT 활용)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UAE와 총 1800만배럴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확정했다. 앞서 확보한 600만배럴까지 포함하면 UAE발 긴급 물량은 총 2400만배럴로 늘어난다. 정부는 UAE가 한국에 원유를 최우선 공급하기로 한 만큼 최악의 수급 위기는 일단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긴급 도입 물량이 단기 처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의 하루 원유 소비량은 수출 물량을 포함해 약 280만배럴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UAE 긴급 물량 2400만배럴은 8~9일가량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달 말까지의 급박한 부족분을 일부 메우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4월 이후까지 이어질 경우 전체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평균 원유 도입 물량이 8000만배럴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긴급 물량만으로 공급 충격을 장기간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국내 정유업계의 불안이 큰 배경에는 높은 중동 의존도가 있다. 국내 원유 수입의 약 70%가 중동산이며, 정유사별로는 에쓰오일이 90% 이상,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약 70%, HD현대오일뱅크가 약 60%를 중동산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중동산 원유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구조인 만큼, 봉쇄 장기화는 국내 정유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더 큰 문제는 구조적 취약성이 실제 수급 공백 우려로 이어질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점이다. 통상 중동산 원유가 한국에 도착하는 데는 2~4주가량 걸린다. 업계에서는 기존 계약 물량과 이미 항해 중인 선박이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도착한 이후에는 신규 유입 물량이 급감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3월 말~4월 초가 1차 고비'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우려에도 대체 물량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북미산 원유는 국내 도입까지 약 2개월, 아프리카산은 1개월 반 안팎이 걸려 당장 4월 초 이후 예상되는 공백을 메우기에는 물리적 한계가 있다. 상대적으로 가까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스폿 물량 역시 가격 급등과 확보 경쟁으로 안정적인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와 업계가 러시아산 원유와 납사 도입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실제 도입이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비축유 방출 역시 단기 대응 차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근본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결국 중동산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할 경우 국내 정유업계의 수급 불안이 4월 들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급 수혈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4월 공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확보된 UAE 물량과 비축유를 모두 합쳐도 우리 경제가 추가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약 22~25일 정도"라며 "에너지 수급 위기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응 여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원유 수입선을 다변화하더라도 국내 정유·생산시설 대부분이 중동산 중질유 처리에 맞춰져 있어,다른 산지의 원유를 들여오더라도 이를 즉시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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