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가 차세대 전기차 개발을 위해 중국 2위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자동차와 협력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두 회사의 협업은 비용 절감과 개발 기간 단축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래 벤츠 전기차에 지리 부품이 탑재될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징인 ‘별(Star)’이 중국 기술과 손을 맞잡는 이 구도는 단순한 부품 조달 협상을 넘어, 전기차 시대의 패권 재편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에서 피닉스로…달라진 협력의 깊이
벤츠와 지리의 인연은 이미 오래됐다. 과거 소형 시티카 전문 브랜드였던 스마트는 현재 벤츠가 디자인을, 지리가 엔지니어링과 제조를 담당하는 전기차 브랜드로 완전히 재탄생했다. 이는 단순 부품 협력을 넘어선 완성차 플랫폼 수준의 깊은 파트너십이다.
이번 논의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벤츠는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을 지리의 GEEA(전자·전기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개발할 가능성이 있으며, 해당 플랫폼은 ‘피닉스(Phoenix)’로 명명됐다. 2030년까지 현재 MMA 플랫폼을 대체하는 엔트리급 EV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벤츠는 공식 입장에서 선을 그었다. 벤츠 측은 “글로벌 및 중국 내 R&D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플랫폼 공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업계가 협력 가능성을 낮게 보지 않는 이유는 명확한 경제적 논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용 압박과 관세 장벽…벤츠가 중국을 택한 이유
벤츠가 지리와의 협력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구조적인 수익성 위기가 자리한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극저가 공세로 유럽 완성차 업체의 마진율은 지속적으로 압박받고 있으며, 독자적인 전기차 플랫폼 개발에는 막대한 R&D 비용이 수반된다.
글로벌 관세 환경도 변수다. 실제로 GWM(장청자동차)은 2026년까지 부품 현지화율 50%, 2028년까지 70%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는 20~35%에 달하는 수입 관세 장벽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벤츠 역시 지리와의 협력을 통해 유사한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리자동차 또한 단순 공급자에 머물지 않는다. 지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오모다 5 전기차 생산을 본격화했고, 멕시코의 닛산·벤츠 공장 인수전에도 참전하는 등 글로벌 거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폴스타를 볼보로부터 완전 인수하는 등 독자 브랜드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독일 디자인·중국 기술’…프리미엄 브랜드의 딜레마
업계는 이번 협력이 성사될 경우 벤츠 미래 전기차의 구도를 “디자인과 브랜드는 독일, 핵심 부품과 기술은 중국”으로 규정할 전망이다. 이 구도는 비용 경쟁력과 개발 속도라는 실리를 챙기는 동시에,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라는 명분을 지키려는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국산 핵심 부품 탑재는 소비자의 브랜드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지리의 GEEA 플랫폼 의존도가 심화될수록 기술 자율성이 제약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쉬, ZF 등 유럽 전통 부품사들의 주문 감소 우려도 현실로 다가온다.
한편 글로벌 프리미엄 OEM인 벤츠가 중국 기술 협력을 공식화하는 것은 “중국 자동차 기술의 글로벌 수용”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에 현대차·기아 등 한국 완성차 업체들도 유사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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