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가 전하는 연민·존중·이해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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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가 전하는 연민·존중·이해의 가치

연합뉴스 2026-03-19 07:22: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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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세상을 뜬 프랭크 카프리오 판사 저서 '연민에 관하여' 출간

피고인의 아이를 자리로 불러 함께 판결을 내리는 카프리오 판사 피고인의 아이를 자리로 불러 함께 판결을 내리는 카프리오 판사

['프로비던스에서 잡히다'(Caught in Providence) 유튜브 채널 캡처]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백발노인의 지팡이를 짚은 채 법정에 들어서 피고석에 앉는다.

"판사님, 저는 과속하지 않았어요. 저는 아흔여섯이고, 차를 천천히 몹니다. 그리고 꼭 필요할 때만 운전하고요."

어린이보호구역 속도위반으로 기소된 이 노인은 암에 걸린 63세 아들을 병원에 데려다주던 길이었다고 했다.

긴장한 표정의 노인에게 판사는 "좋은 분이시네요"라며 아들의 쾌차와 행운을 빌어주고 사건을 기각했다.

전 세계 수억 명이 시청한 이 법정 영상 속 판사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지방법원 판사를 지내다 지난해 8월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프랭크 카프리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로 불린 카프리오의 유일한 저서인 '연민에 관하여'(포레스트북스 펴냄·원제 'Compassion in the Court')가 번역 출간됐다.

카프리오 판사는 에미상 후보에 세 차례 오른 리얼리티 쇼 '프로비던스에서 잡히다'(Caught in Providence)를 통해 재판 장면이 중계되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가장 잘 알려진 사건이자 카프리오 판사 개인적으로도 가장 좋아하는 사건이라는 96세 노인의 사건을 비롯해 이민자나 군인, 싱글맘 등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차가운 법전 너머의 따뜻한 판결을 하는 모습들이 소개돼 감동을 안겼다.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판사'가 전하는 연민·존중·이해의 가치 - 2

지난해 2월 출간된 이 책에서 카프리오 판사는 자신이 타인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게 한 성장 배경과 가족들의 영향부터 소개한다.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태어나기 전에도 이미 프로비던스 지방법원과 인연이 있었다. 이민 1세인 그의 할아버지가 안 좋은 일에 휘말려 체포됐고, 할머니와 어린 아버지가 함께 법정에 출석했던 것이다. 불안이 극에 달한 할머니가 판사에게 서툰 영어로 호소하자 판사는 통역으로 온 아버지에게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려 열심히 일하는 좋은 사람이고 어젯밤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뿐"이라고 안심시키며 풀어줬다.

가난한 이민자에게 "놀라울 정도의 연민과 존중"을 보여준 판사를 보며 어린 아버지는 미국 사법제도를 존경하게 됐고, 이는 카프리오가 훗날 판사가 되고 법정에서 정의를 실행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우유 배달로 가족을 부양한 아버지가 카프리오에게 미친 영향은 컸다.

카프리오가 판사로 맡은 첫 사건은 주차 위반 범칙금이 수백 달러에 달하는 한 여성의 사건이었다. 범칙금을 나눠서 내자는 제안에도 "저는 진짜 못 내요"라며 무례하게 고집을 부리던 여성에게 카프리오는 법에 따라 엄정한 판결을 했다. 아들의 첫 재판을 방청 왔던 아버지는 그 여성이 무례한 것은 "무섭고 낙담했기 때문"이라며 돌봐야 할 애들이 있는 여성의 처지를 상기시켰다.

카프리오는 "8학년도 다니지 못한 아버지는 그날 판사란 무엇인가에 대해 내가 4년 동안 로스쿨에서 그리고 25년 동안 변호사로 일하면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가르침을 주셨다"며 "판사에게 법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내 앞에 있는 사람이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 38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카프리오는 연민과 존중, 이해를 항상 염두에 두며 법을 집행했다.

"내 법복 아래에는 판사의 배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있다"고 말한 그는 "연민, 존중, 이해가 합쳐지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인생을 바꿀 행복의 비결이 된다"고 말한다.

"연민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배우는 것이다. 연민을 배우기에 늦은 때는 없고, 연민을 실천하기에 늦은 때도 없다. (중략) 연민은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절대 잊지 않고, 항상 자신이 가진 것, 받은 것, 이루어낸 것에 감사하는 데서 온다."

자살하려던 청년과 노숙자에게 책과 돈을 주고,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자책하지 말라'는 따뜻한 위로를 건넨 일화로 알려진 박주영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추천사에서 자신의 이 같은 행동에 카프리오 판사의 영향이 컸다고 고백했다.

박 판사는 "정의의 완성은 엄벌이 아니라 무너진 한 사람의 존엄을 회복시켜 다시 걷게 하는 데 있으며, 진정한 정의는 차갑지 않고 따뜻하다는 사실"을 이 책이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옮김. 312쪽.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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