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2심 유죄…대법 "사망 유발 제품 규명 필요" 파기환송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 측이 파기환송심에서 증인신문과 공소시효 문제를 두고 검찰과 공방을 벌였다.
서울고법 형사6-1부(김종우 박정제 민달기 고법판사)는 18일 홍지호(76)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7) 전 애경산업 대표 등 피고인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해 98명에게 폐 질환이나 천식 등을 앓게 하고 그중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은 유죄로 판결을 뒤집고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지난 2024년 12월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피해자들이 사망하거나 상해를 입은 원인이 어떤 가습기 살균제 탓인지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이후 CMIT·MIT 제품 단독 사용 피해자와 혼합사용 피해자가 구분될 수 있도록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날 이를 허가했다.
검찰과 변호인 측은 증인 신청 문제를 두고 맞섰다.
당초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폐 질환에 걸린 피해자들에 대한 논문을 작성한 A 교수가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었으나 불출석했다.
검찰은 A 교수에게 피해자들의 의무기록 등을 제공한 뒤 다시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밝혔고, 변호인들은 새로운 자료를 제시하며 증인신문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A 교수의 진술서를 받아보는 것으로 증인신문을 갈음하기로 했다.
공소시효 문제를 두고서도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하며 공소시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 중 사망자 대부분은 2010∼2011년에 숨졌고 상해 피해자들도 2011년경 사용을 마쳤는데 검찰이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를 기소한 시점은 2019년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이날 검찰은 환경부가 진행할 관련 조사를 토대로 피해자들의 제품 사용 기간을 특정하겠다고 했으나 변호인은 피해자들이 기억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재판부는 필요하다면 다음 기일에 해당 환경부 조사의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는 5월 20일 양측의 최종변론을 듣고 변론을 마치겠다고 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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