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흔들리자, 중고차 시장에서도 연료 효율성을 앞세운 친환경차 수요가 뚜렷하게 늘고 있다. 유가 상승이 소비자의 차량 선택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신호다.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가 2026년 2월 1일부터 3월 8일까지 연료 유형별 조회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합산한 친환경차 조회 비중은 22.6%에서 25.6%로 3%p 상승했다. 반면 가솔린과 디젤은 각각 1.5%p, 1.4%p 하락하며 내연기관차에 대한 관심이 동반 후퇴했다.
6주 만에 달라진 소비자 심리
전기차 조회 비중은 2월 초 9.3%에서 3월 초 11.0%로 상승했다. 특히 중동 긴장이 고조된 3월 이후 증가폭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소비자 행동을 직접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이브리드 차량도 같은 기간 13.7%에서 14.6%로 완만하게 올랐다. 전기차처럼 급격한 변화는 아니지만, 연료비 부담이 높아질수록 ‘연비 좋은 차’를 찾는 수요가 구조적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거 유가 급등 시기와 유사한 패턴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WTI가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을 때도 국내외 전기차·하이브리드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한 바 있다.
테슬라 독주, 하이브리드는 패밀리카 강세
중고 전기차 조회 1위는 테슬라 모델 3 롱레인지가 차지했다. 이어 테슬라 모델 Y RWD,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테슬라 모델 Y 롱레인지, 기아 EV6 롱레인지 순으로 집계됐다. 상위 5개 모델 가운데 테슬라가 3개를 차지하며 중고 전기차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인지도를 유지했다.
주목할 점은 신차 시장의 인기 모델이 2~3년의 시차를 두고 중고차 선호도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구조다. 글로벌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모델들이 중고차 시장에서도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어, 친환경차로의 전환이 단순한 유행이 아닌 시장의 구조적 변화임을 방증한다.
하이브리드 시장에서는 기아 더 뉴 쏘렌토(MQ4) 2WD가 1위를 기록했으며 현대차 싼타페(MX5) 2WD, 현대차 그랜저(GN7) 캘리그래피, 기아 쏘렌토(MQ4) 2WD, 기아 K8 노블레스가 뒤를 이었다. SUV와 준대형 세단 등 패밀리카 중심 모델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연료 효율성과 실용성을 동시에 따지는 수요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총 소유비용(TCO)이 구매 기준 바꿔
한편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의 핵심을 ‘총 소유비용(TCO·Total Cost of Ownership)’ 관점의 확산으로 분석하고 있다.
차량 구매 가격만이 아니라 연료비, 유지비, 감가상각까지 종합적으로 계산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유가 상승이 곧바로 친환경차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엔카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차량 유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 조회가 증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당분간 연료 효율성이 높은 차량에 대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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