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약값 100일만에 뚝딱…'가짜 기적'막을 촘촘한 검증대 필요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수억 약값 100일만에 뚝딱…'가짜 기적'막을 촘촘한 검증대 필요

연합뉴스 2026-03-18 06:11:00 신고

3줄요약

매서운 사후 평가 도입해 환자 보호와 건보 재정 지키기 병행해야

환자 두 번 울리는 약제 제어 기재 도입해야

임상실험 (PG) 임상실험 (PG)

[권도윤 제작]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희귀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적용 속도를 높이려는 정부의 행보를 두고 환자를 진정으로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겁다. 단순히 신약 약값을 빠르게 결정하는 것을 넘어 효과 없는 약으로 환자에게 헛된 희망을 주고 결국 건강보험 재정까지 낭비하게 만드는 '가짜 기적'을 어떻게 걸러낼 것인가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섣부른 보험 적용이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큰 실망감만 안겨주며 환자를 두 번 울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1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3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에서는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 등재 방안 등을 담은 약가 제도 개선안이 논의됐다. 이번 개선안에는 현재 최대 240일까지 걸리던 건강보험 적용 심사 및 협상 절차를 100일 이내로 대폭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환자 수가 워낙 적어 치료제의 효과를 사전에 완벽히 검증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의 특성을 고려해 일단 환자들이 하루빨리 약을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다.

◇ 효과 불분명 수억 원대 신약…많은 환자에게는 헛된 희망뿐

하지만 이런 정부의 속도전이 자칫 환자와 건강보험 재정 모두에 해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거세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한 달 전인 지난 2월 9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등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초고가 신약의 치료 효과 실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당시 이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 번 투약 비용이 3억6천만원에 달하는 킴리아주의 경우 실제 사용 환자의 약 60%가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이 약에 투입된 건강보험 급여액 약 1천296억원 중 절반이 넘는 766억원이 효과가 없는 사례에 지출된 셈이다.

비단 이 약뿐만이 아니다. 상한 금액이 3억3천만원에 달하는 유전성 망막위축 치료제 럭스터나주와 9천200만원인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스핀라자주 같은 다른 초고가 약제들 역시 운동기능 평가에서 효과가 나타난 비율은 50%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시민단체들이 이토록 목소리를 높인 이유는 단순히 돈의 문제를 넘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임상적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약을 기적의 치료제로 믿고 기다린 환자들이 결국 아무런 차도를 보지 못할 때 겪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은 형언할 수 없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옥석을 가리지 않고 신약을 신속하게만 도입하려 한다면 이는 환자에게 헛된 희망을 심어주고 위험과 비용 부담만 전가하는 무책임한 처사가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 건약 "밀실 추진 중단하라"…접근성보다 가격이 본질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건약은 지난 16일 다시 성명을 내고 정부의 약가 제도 개편을 밀실 추진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이들은 복지부가 지난해 11월말 첫 보고 이후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우려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숨긴 채 제대로 된 공청회 한번 없이 제도 통과를 강행하려 한다고 규탄했다. 특히 희귀질환 치료제의 사후 평가 방식이나 복제약의 구체적인 약가 산정률 등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건약은 신속 등재의 전제 조건으로 강력한 사후 평가와 약가 통제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개편안에 담긴 인공지능 기반 실치료 효과 평가모델이나 가격 대비 성능 기준인 ICER 값 상향 등은 사실상 제약사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받아주는 자유가격제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이들은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신약 접근이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제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작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후 관리 방안을 공론장에서 논의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먼저 쓰고 나중에 엄격하게 퇴출하는 사후 평가 시스템 구축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일단 약을 먼저 쓸 수 있게 해주되 나중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꼼꼼하게 다시 평가하는 사후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해법을 내놨다.

실제 환자들에게 약을 쓴 뒤 얻은 데이터인 실사용자료(RWE)를 활용해 임상적 성과를 다시 따져보고 그 결과에 따라 약값을 깎거나 건강보험 혜택 범위에서 아예 퇴출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6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전문 위원회를 운영해 평가 체계를 정교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정책의 성패는 얼마나 빠르게 약을 도입하느냐보다 도입한 뒤에 얼마나 철저하게 효과를 검증하고 부실한 약을 과감히 솎아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신속 등재와 사후 평가를 한 몸처럼 설계해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은 획기적으로 높이되 효과 없는 약에 대한 지출은 철저히 막아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건약의 지적처럼 투명한 공론화 과정과 실효성 있는 약가 통제 수단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신약이 진정한 희망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hg@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