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FC 서울과 울산 HD의 K리그1 맞대결 연기가 큰 논란이다. 핵심은 영(令)의 단호함부재라 할 수 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일정으로 연기됐던 울산 HD와 FC 서울의 K리그1 2라운드 경기를 다음 달 15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FC서울이 불만을 토로했다.
원래 이 경기는 3월 7일 열릴 예정이었다. 그런데 ACLE 16강에 올라있는 서울이 경기 연기를 요청했다. 울산전은 ACLE 16강 1차전과 2차전 사이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연맹은 한국 축구의 위상을 위해 연기 결정을 내렸다. ACLE 성적은 한국 축구 위상과 직결된다. AFC 리그 순위에 반영된다. 연맹으로서는 ACLE 16강에 올라있는 서울이 1,2차전 사이에 휴식을 취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배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왜 FC서울은 불만일까. 연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중 '변경 경기일 및 조정 방식'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가이드라인을 보자.
‘대상 경기는 주중 또는 A매치 기간(월드컵 기간 포함)으로 변경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양 구단의 협의를 통해 도출된 일정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되...'
양 구단이 원만하게 협의한다면 더없이 좋다는 이야기다. 같은 처지였던 강원FC와 포항스틸러스는 여기에 잘 따랐다. A매치 기간인 3월 28일에 연기된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
그런데 양 구단이 원만하게 협의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 대한 연맹이 제시한 가이드라인 뒷부분을 살펴보자.
'양 구단의 직전·직후 경기 간격, 방송 편성, 모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맹이 최종 결정한다.’
결국 연맹이 직권으로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여기까지도 좋다. 연맹은 리그가 잘 돌아갈 수 있게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해가 상충될 때는 단호히 결정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 뒤에 붙어있는 '사족'이 문제가 됐다. 연맹의 가이드라인이다.
‘올 시즌은 월드컵으로 인해 주중 라운드가 다수 편성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일정 변경 경기를 수용할 수 있는 주중 일정이 제한적이다. 경기 간격, 관중 모객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양 팀 협의 시 A매치 기간 주말 활용을 권장드린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양 구단 합의로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연맹이 직권으로 경기일시를 결정한다. 연맹 직권 시에도 A매치 기간으로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
이 대목이 애매모호하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FC서울 입장에서는 'A매치 기간 주말로 권장' 그리고 '연맹 직권시에도 A매치 기간으로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는 문구를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서울 관계자는 “연맹이 가이드라인을 보냈기 때문에 그 기준에 맞춰 일정이 정리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양 구단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연맹이 직권 조정을 하지 않고 갑자기 ‘미정’으로 발표해 혼선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연맹의 설명은 다르다. 연맹 관계자는 “양 구단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라며 “연맹 입장에서는 양 팀 모두 손해를 보지 않는 일정이 되는 것이 대원칙”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중 경기가 1순위라는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양 구단이 협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양 팀 모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날짜를 찾는 과정에서 주중 일정이 검토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기준의 차이다. 서울은 가이드라인 문구를 근거로 A매치 기간 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뒀고, 연맹은 형평성과 현실적인 조건을 우선 고려했다. 그 사이에서 ‘권장’과 ‘직권 결정’이라는 표현이 혼재되며 해석의 여지가 생겼다.
그렇기 때문에 4월 중순 경기 개최 결정은 빡빡한 경기 일정 등의 면에서 당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물론 FC서울의 오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매모호한 연맹의 가이드라인이 혼선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굳이 'A매치 기간 권장'이라는 조건을 붙였어야 했을까. 그렇지 않아도 이해관계가 첨예할 수 있는 'A매치 기간', 여기에 애매모호한 '권장'이라는 표현을 집어넣으면서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 것은 아닐까.
연맹도 분명 배려라는 선의에서 이런 문구를 넣었을 것이다. 웬만하면 잘 협의해보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연맹의 단호하지 못한, 애매모호한 가이드라인 조항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가이드라인, 특히 연맹의 가이드라인이라고 한다면 심플하고 단호해야 한다. 이 경우 'A매치 기간'이라는 문구를 빼고 '양 구단이 합의하지 못할 경우 연맹이 직권으로 결정한다'고 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배려와 선의가 퇴색되어 너무나 아쉽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