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우정 서사에 결코 가볍지 않은 ‘어린이의 오늘’을 투영한 동화, 『우리 반 걱정 탐정 차원희』. 서로의 나약함을 나누고 공감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끝내 우리를 지키고 성장하도록 이끄는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어떤 순간에도 다정한 마음을 발견하고 동화에 담아내는 송아주 작가는 다음에 들려줄 이야기를 늘 기대하게 만든다.
송아주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번에 어린이 독자들과 『우리 반 걱정 탐정 차원희』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떠올리게 된 동화인지 궁금합니다.
걱정 인형을 선물 받으면서 시작되었어요. 과테말라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기념으로 사다 준 거예요. 휴대전화에 달고 다니는 작은 인형이었는데 나무틀에 아름다운 색색의 실을 돌돌 말아 만든 거지요. 작은 인형을 만지면 여행지의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이 느껴져서 자주 손이 갔어요. 무엇보다 걱정을 멀리 가져가 버린다는 전설을 품고 있어서 더 좋았어요. 저는 오랜 세월 걱정을 혼자 해결하려 애쓰며 살아왔거든요. 마치 동화 속 주인공 원희처럼요. 인형을 선물 받은 이후로, 무겁거나 깨알 같은 근심거리가 찾아올 때마다 걱정 인형의 작디작은 손을 만지작댔어요. 그 시간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나처럼 혼자서 걱정을 ‘먹는’ 사람들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어요. 걱정을 함께 나눠 먹을 ‘존재’를요. 오랜 시간 생각을 공글리니, 먼저 차원 열차를 타고 무수아돌이 왔고 걱정이 차고 넘치는 11살 걱정 부자 원희도 만났어요. 나는 무수아돌과 함께 원희의 막막한 두려움과 오랜 슬픔을 함께 들었어요. 그렇게 동화를 쓰다 보니, 걱정에 대해 몇 가지 알게 된 점이 있어요. 하나는 대부분의 걱정이 지레짐작으로 하는 쓸모없는 마음고생이란 거고, 또 하나는 걱정을 해결하는 과정이 곧 성숙해지는 기회가 된다는 거였지요.
주인공 원희에게 특별한 짝꿍이 찾아옵니다. 바로 ‘걱정돌’인데요. 짝이 된 인간 곁에 머무르며 걱정을 먹고 산다는 설정이 참 재미있고 따뜻합니다. 동화의 주제와 가장 맞닿아 있는 등장인물인 만큼 어린이를 향한 작가님의 시선이 투영되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을 담아 불러온 존재일까요?
두 가지 마음이었어요. 첫 번째 마음은 걱정을 함께 나눌 사람이 없어서, 그 무게에 짓눌린 어린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누구라도 걱정을 털어놓고 싶어지는 이상적인 친구를 만들었지요. 제가 알고 있는 온갖 좋은 성품을 다 쏟아 부어 만든 존재가 바로 ‘걱정돌’이에요. 나와 타인의 삶을 똑같이 존중하고 다정함을 실천하는 존재들. 그 존재들이 함께하는 공동체는 당연히 즐겁고 재밌고 든든할 거예요. 어려움이 찾아올 때도 있겠지만 무사히 넘어설 수 있겠지요. 그런 꿈같은 세상을 ‘걱정 도시락의 날’로 담아 보기도 했어요.
두 번째는 어린이들이 마주하는 크고 작은 이별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그래서 원희가 걱정돌과 함께 이별을 받아들이는 장면을 공들여 썼어요. 이별로 상처받은 어린이들이 무거운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린 뒤, 홀가분하게 날아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원희가 마주한 걱정은 죽음과 이별에서 비롯된 만큼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원희의 상황을 쉽게 단순화하거나 자극적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많은 고민을 하셨을 것 같아요. 균형을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이러한 어려움이 있음에도 서사를 보여주기로 결심한 까닭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원희처럼 과거의 슬픔, 현재와 미래의 불안이 뒤엉켜 걱정을 꺼낼 수조차 없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 또한 동화 작가가 바라보고 담아야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원희가 견뎌내는 삶을 보여 주고자 했습니다. 동화를 쓰는 내내, 제 글로 인해 마음 다치는 독자가 있지 않도록 애썼어요. 자기 아픔을 대상화하거나 소비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조심했지요. 그래서 원희가 일상생활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장면, 버거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무언가를 스스로 선택하는 장면을 꼭 넣었습니다.
동시에 원희 혼자서 어찌할 수 없는 삶의 무게도 보여 줘야 했어요. 개인의 강한 의지만 해결책으로 내미는 건 또 다른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음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일과 사회적 장치가 필요한 일을 구별했습니다. 이를 작품 속에서 걱정돌이 먹어 없애지 못하는 걱정으로 표현했어요. 동화라고 해서 단순한 위로의 말로 끝내면 안 됩니다. 긍정적으로 살면 무조건 잘될 거라는 헛된 외침이 아니라,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적 장치를 만드는 데 바탕이 되는 목소리를 담아야 해요.
마음의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원희.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점점 친구들에게 곁을 내주고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주변의 다정한 마음들을” 발견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우리 반 걱정 탐정 차원희』에서 작가님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딱 한 가지만 고르기가 무척 어렵네요. 그래서 작품을 쓰면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꼽아봤습니다. 먼저 가장 재밌게 술술 쓴 것은 걱정돌들이 걱정 맛을 표현하는 장면이에요.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하는 걱정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맛으로 나타내니, 색다른 듯 가벼워졌거든요. 그리고 가장 따뜻했던 순간은 무수아돌의 친구인 책만희돌이 자기 먹을 걱정을 아끼고 모아서, 쫄쫄 굶고 있는 무수아돌에게 보내는 장면이에요. 자기도 넉넉한 상황은 아니면서 마음의 여유와 다정함을 잃지 않는 책만희돌의 모습이 위로로 다가왔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많이 읽은 장면은 원희가 ‘만남의 과장’을 찾아간 순간이에요.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들에게 그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앞으로 수많은 사람과 만나게 될 거라는 걸 알려 주고 싶었어요. 그 광장에는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다정한 친구도 있고, 나를 살리거나 또는 내가 살릴 귀한 인연이 반드시 있어요.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걱정을 안고 삽니다. 내 안에서 생기기도 하고 바깥에서 찾아오기도 하지요. 때론 도저히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마치 ‘팔찌 사건’을 자꾸 외면하는 원희처럼요. 걱정을 넘어설 수 있도록 하는 힘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원희에게 팔찌 사건은 큰 상처입니다. 마음의 상처는 얼음과 같아서 품고 있으면 안 돼요. 꺼내서 녹여야 하지요. 즉, ‘들어내고 말할 수 있는 힘’이 걱정을 넘어서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비밀로 숨긴 상처를 다시 꺼내는 건 혼자하기 힘들어요. 꽤 많은 용기가 필요하지요. 그럴 때 나만의 걱정돌을 만들어 보길 권해요. 작은 돌멩이를 구해 웃는 얼굴을 그리면 아주 특별한 힘을 지닌 돌이 됩니다. 뭐든 털어놓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하거든요. 한번 속는 셈 치고 걱정돌에게 나지막이 속내를 털어 보세요. 분명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예요.
여러분의 이름을 붙여, 걱정 먹는 짝을 만들어 보세요. 제게도 송아주돌이 있습니다. 제 걱정을 맛있게 먹어 주는 걱정돌이지요. 걱정돌이 걱정을 싹 먹고 나면 쓸데없는 불안은 사라지고 사건의 알맹이만 남습니다. 걱정을 나누는 연습을 시작해 보세요.
지금까지 많은 동화를 써 오셨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동화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우리들은 왜 동화를 읽어야 할까요?
제가 쓰는 동화는 자기 삶의 주인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입니다. ‘주인’은 선택하고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선택하려면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하고,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마땅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제 동화의 주인공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가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성장해 나갑니다. 이처럼 동화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주인’이 되는 법을 자연스레 깨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린이뿐만 아니라, 선택의 기회를 얻지 못해 아직 내면의 아이를 성장시켜야 하는 분들도 제 글의 독자에 포함됩니다. 저 또한 동화를 쓰면서 마음속 아이와 꾸준히 성장하고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어린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교실은 무척이나 귀한 공간입니다. 교실에서 배우는 과목 중에 ‘친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친구와 어떻게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지, 나는 어떤 친구가 되어야 하는지를 배우는 소중한 공간이자 시간이지요. 이 과목을 잘 배우면 학교에 다니는 동안은 물론이고, 앞으로 이어질 긴 시간 동안 만나게 될 여러 사람과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친구들과 나누는 우정은 삶이 주는 축복입니다. 더불어 걱정 탐정이 되어 나의 걱정을 찾아보고 다른 친구의 걱정도 찾아보기 바랍니다. 걱정은 마음에 묻어 두는 게 아니라 맛있게 나눠 먹는 거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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