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발생한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에너지 수요 절감책으로 ‘차량 부제 운행’을 언급한 가운데, 정부도 추진 방안 검토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17일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절약 노력을 범사회적으로 확산해야 한다”며 “필요하면 자동차 5부제 혹은 10부제 등 다각도의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을 수립해달라”고 지시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회의에서 “부제를 실시했을 때 ‘필요한 만큼 최소한’ 실시될 수 있도록 하는 범위와 시기 등을 검토 중”이라며 “상황을 보면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에만 시행할지, 민간까지 시행할지 등 범위와 권고로 할지, 의무로 할지 등 방법, 시기는 물론 시행할지 여부도 아직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들 설명에 따르면 차량 부제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목적을 가지며 ‘에너지이용합리화법’ 제7조와 제8조에 근거해 실시된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 7조 2항은 ‘기후부 장관과 산업통상부 장관은 국내외 에너지 사정 변동으로 에너지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수급 안정을 위해 에너지 사용 기자재 소유·관리자에게 기자재 사용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언급된 에너지 사용 기자재에는 차량이 포함된다.
같은 법 8조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 조항에 근거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는 공공기관은 승용차 요일제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차량 운행을 통제한 전례로는 우선 1970년대 석유 파동 때 실시된 고급 승용차 운행 금지 조처다. 당시 정부는 8기통 이상 고급 승용차 운행과 공휴일 승용차 운행을 전면 금지했다. 다만 구급차·취재차·외국인차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1990년에도 차량 운행이 통제된 적이 있다. 당시 걸프 전쟁이 발발하면서 유가가 치솟자 1991년에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해 약 두달간 10부제가 실시됐다. 자동차관리법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의 대처’나 ‘대기오염 방지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을 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경찰청장과 협의해 자동차 운행 제한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1991년 10부제가 전국적으로 민관을 가리지 않고 차량 부제 운행이 강제된 유일한 사례다.
이후 15년 뒤인 2006년 6월 ‘신고유가 시대’ 에너지 소비 억제책에 따라 공공부문 에너지 소비 억제 조처로 공공기관 승용차 요일제가 실시됐다. 당시 에너지 소비 억제책은 1단계부터 3단계로 나뉘어 있었다. 공공기관 승용차 요일제는 1단계였으며, 2단계에는 ‘공공부문 2부제와 민간 승용차 요일제’, 3단계에는 ‘민간 승용차 2부제와 석유 배급제’가 있었다.
이같은 전례를 바탕으로 검토되고 있는 차량 부제 운행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지는 알 수 없다.
현재도 공공기관에서는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승용차 요일제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부설 주차장에 주차하지 못하는 정도에 불과해 강제성이 약한 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 입장에선 과태료 등 실질적인 제재를 부과하는 것이 부담일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또한 에너지 사용량 감소를 위해 민간 차량 운행을 제한해야 하는데 반드시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사유가 있는 만큼 '다수의 예외'를 허용할 수밖에 없어 실효성이 없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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