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인가, 예술인가?” 2001년, 디자이너 안토니오 치테리오(Antonio Citterio)가 플렉스폼의 소파 ‘그라운드피스(Groundpiece)’를 세상에 내놓으며 던진 질문이다. 이 매혹적인 소파는 디자이너 자신에게도 꽤 실험적인 작업이었다. 안토니오 치테리오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내용적으로는 풍부했지만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처럼 느껴졌습니다. 너무 단순하고, 직접적이었으며, 전통적이지 않았죠. 심지어 이것이 소파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과 쿠션이 만나는 이 실험은 우리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언가 특별하고, 거의 역설적인 존재였죠. 그래서 밀고 나갔습니다.”
25년간 플렉스폼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그라운드피스’.
그라운드피스 이전의 소파는 대개 벽에 붙여두는 가구였다. 안토니오 치테리오는 당대의 소파가 가지고 있던 디자인 법칙을 해체했다. 기존의 높고 딱딱한 프레임 대신 지면에 낮게 밀착된 구조와 깊은 시트를 도입해 사람들이 소파 위에 단순히 앉아 있는 게 아니라 잠을 자고, TV를 보고, 업무를 보며, 때로는 가벼운 저녁 식사까지 즐길 수 있는 생활 플랫폼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가장 파격적인 지점은 팔걸이 디자인이다. 모더니즘 아티스트 도널드 저드의 미학을 차용해 푹신한 팔걸이 대신 금속 프레임에 고급 카우하이드(가죽)로 감싼 라이브러리 유닛을 세웠다. 그라운드피스가 지난 25년간 변함없이 플렉스폼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에포트리스 스타일(Effortless Style)’, 즉 힘들이지 않은 스타일이 주는 안락함에 있다. 과거 가브리엘레 바실리코나 잔니 베렝고 가르딘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사진가들이 포착했듯, 이 소파는 어떤 조명이나 각도에서도 완벽한 건축적 실루엣을 유지한다.
부드러움과 딱딱함, 기능과 장식이라는 대립 요소들이 건축적 균형을 이룬 그라운드피스는 출시 몇 달 만에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낮고 편안해 언제든 몸을 기대고 싶은 형태와 어떤 공간에도 유연하게 적응하는 이 소파의 모듈성은 지난 25년 동안 전 세계 인테리어 디자인의 보편적 언어가 됐다. 소파가 공간의 ‘건축적 중심’이자 우리 삶의 가장 ‘친밀한 섬’이 돼야 한다는 안토니오 치테리오의 철학처럼 지난 25년간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변화를 흡수해 온 것이다. 우리가 가구를 고르는 행위는 단순히 도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일지 모른다. 그라운드피스는 이미 2000년대 초반 구현된 모듈 시스템 소파로, 주방과 거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집이 오피스이자 갤러리가 된 지금의 하이브리드 라이프스타일 속에서도 건축적 중심을 잡아준다. 25년 전 ‘소파인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던’ 이 실험적인 아이디어는 여전히 우리 삶을 기꺼이 변화시키는 가장 현대적인 클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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