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한번 가려면 3일을 비워야 합니다. 애국자가 아니라 죄인 같아요.”
인천 최북단 섬 서해5도 주민들이 생계와 의료, 교통 등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국회의원(연수갑)은 17일 인천 옹진군 백령농협 북포지소에서 ‘백령 노인회장단 및 단원 간담회’를 열고 지역 현안을 청취했다. 이날 주민들은 공공비축미 수매 물량, 과도한 물류비, 생활지원금 지급 기준, 배편 시간, 의료 여건, 주민 휴식공간 부족 등 정주 여건 전반의 문제를 쏟아냈다.
먼저 주민들은 농업 고령화와 수매 문제를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한 농협 조합장은 “백령도의 농촌 고령화율은 72.3%에 이른다”며 “농민들이 수매 걱정 없이 농사 지을 수 있도록 공공비축미 수매 물량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해5도에서 생산한 벼 전량을 수매할 수 있도록 특별법에 명시해 달라”고 강조했다.
정주 비용 부담 문제에 대한 의견도 나왔다. 15개월 전 인천 연수구에서 백령도로 귀농했다는 한 주민은 “백령도에 사는 것 자체가 애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죄인 같다”며 “레미콘 1루베 가격이 육지에서는 9만~10만원 수준인데 이곳은 20만원이 넘고, 자재와 인테리어 비용도 훨씬 비싸다”고 말했다. 이어 “군이나 시, 국가 지원이 아니면 마땅한 건물 하나 신축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섬 주민들이 실제로 감당하는 물류비 부담을 정책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달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들은 관광객 유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닌, 실제 거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령도에 산지 10년 됐다는 주민은 “관광객들을 위한 사업만 하는 것 같다”며 “정작 주민들은 바닷가에 가도 앉아서 쉬고 바다를 보며 쉴 만한 공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 진료를 받으러 육지에 나가면 기본적으로 3일은 회사를 빠져야 한다”며 “인천에서 들어오는 배 시간이 너무 빨라 진료를 보고 당일 다시 들어오기가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의료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한 주민은 “이 섬의 상주인구가 한때 1만명이 넘었지만 지금은 5천명 안팎으로 줄었다”며 “인구 소멸 문제가 심각한 만큼 무엇보다 양질의 의료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원격협진과 응급이송 체계, 지역의사 육성 등을 통한 보완 등이 더욱 확충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 밖에도 생활지원금 확대, 서해5도 별도 행정체계 구축, 백령공항 추진에 따른 기반시설 확충 등 다양한 요구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지만 주민 의견을 충분히 듣고 공론화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며 “서해5도 지원 특별법 개정과 함께 국회 차원의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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