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F/W TOD’S COLLECTION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 산다. 어떤 날은 불안이 어깨에 매달린다. 늘어진 채 발끝까지 따라온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을 스치며 질질 끌린다. 떨쳐내려 해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불안은 사실 몸의 신호에서 시작된다. 호흡이 가빠지고 동공이 커진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우리는 그것을 불안이라는 감정으로 인식한다. 그래서 사람은 불안한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감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정한 쉘터는 세상 밖에 없다.
토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테오 탐부리니는 이번 컬렉션을 ‘쉘터(shelter)’라 밝히며, 쉘터는 세상으로부터 숨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몸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말했다.
세상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상황이 거칠게 뒤엉켜도 흔들리지 않는 내 안의 중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어떤 상태. 탐부리니는 그 보이지 않는 감각을 옷의 형태로 조형했다.
조형이라고 말한 까닭은 이번 컬렉션의 실루엣이 조각에 가깝기 때문이다. 탐부리니는 이번 시즌의 영감을 마르타 판과 헨리 무어의 조각에서 얻었다고 말했다. 두 작가의 작업은 유기적인 덩어리와 부드러운 곡선을 통해 몸을 둘러싸는 형태를 만든다. 단단하지만 경직되지 않고, 묵직하지만 유연한 조형이다. 패션에서 주로 일컫는 ‘건축적’인 형태와는 결이 다르다. 몸 위에서 덩어리를 이루며 감싸는 부드러운 조각에 가깝다.포니스킨으로 만든 케이프는 그 조각적 접근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코트 위에 얹힌 각진 케이프는 몸을 감싸지만 완전히 완전히 덮지는 않았다.견고하지만 경직되지 않은 형태로 몸 위에 얹혀 있었다.
이번 시즌에서 가죽은 부드러운 조각을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가죽 패널 드레스에서는 이러한 조각적 면모가 또렷하게 드러났다. 서로 다른 색의 패널이 사선으로 이어지며 몸을 따라 흘렀다. 하나의 드레스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여러 조각이 맞물려 형태를 이루고 있었다. 이 패널 구조 덕분에 드레스는 하나의 부드러운 조각처럼 보였다. 앞에서 보면 여러 패널이 몸을 감싸는 드레스였지만 뒤를 돌면 예상과 달리 등이 깊게 파인 백리스 구조가 나타났다. 감싸지만 닫히지 않는 형태였다. 그 긴장 속에서 절제된 관능이 드러났다. 여러 패널을 이어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방식은 스털링 루비의 패치워크 작업에서 온 접근이다.
레퍼런스는 종종 이론 속에서는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실제 옷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힘을 잃기 쉽다. 그러나 탐부리니의 작업에서는 레퍼런스가 절개와 패널, 실루엣, 텍스처 같은 옷을 구성하는 요소 안에서 기민하게 작동했다. 레퍼런스는 개념에 머물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모리야마 다이도의 눈보라였다. 레더와 시어링, 포니스킨 위에 흩날리는 입자가 프린트되었지만 그래픽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소재의 결처럼 드러나며 표면 위에 텍스처를 만들었다.
실루엣 역시 하나로 고정되지 않았다. 구조적인 슈트와 슬림한 팬츠, 몸을 따라 흐르는 드레스, 와이드한 팬츠까지 다양한 형태가 등장했다. 특정한 몸의 형태를 강조하기보다 여러 실루엣을 통해 몸을 바라보는 열린 태도가 느껴졌다.
탐부리니가 조각한 이번 시즌의 옷들은 몸을 보호하지만 가두지 않는다. 탐부리니의 쉘터는 도망치는 곳이 아니라 흔들림 속에서 굳게 서 있는 곳이다. 토즈의 컬렉션 속에서 나는 분명 그 고요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