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있었다고도, 없었다고도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미국과 관련 논의를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군함을 보내는 파병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있는 선박을 구출하기 위해 이란과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병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와 관련, 미측으로부터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요청이 있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의 질문에 미국과 긴밀한 협의 과정이 있었다면서도 "요청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상황"이라는 답을 내놨다.
조 장관은 16일 늦은 오후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통화를 가졌고 중동 상황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면서도 "언론 보도와 같이 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호르무즈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SNS와 언급 등을 주목함녀서 한미 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동 사안을 포함한 긴밀한 소통을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과 통화에서 미측으로부터 파병이 요청됐다고 간주해야 하지 않냐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선 의원의 지적에 "무리가 있다. 어제 통화에서 나온 이야기를 파병이라고 말씀드리기는 부족한, 아닌 측면들이 있어서 파병 요청이라고 단정하기는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미측이 정식으로 요청을 하려면 문서로 의사를 표명해야 하는데 이건 아직 수신되지 않은 것이냐는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미국의 파병 요청) 문서가 없다고 해서 (파병 요청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오는 25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 회담에 초청을 받았다면서, 해당 계기에 루비오 장관과 다시 면담을 진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부가 실제 군함을 파병할 경우 이는 국회의 동의 사안이라는 지적과 함께, 파병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기됐다.
김상욱 의원은 "우리 헌법의 5조 1항에는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보기에 따라 침략전쟁으로도 볼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파병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김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은 우리 원유 수입의 70% 정도가 통과하는 곳이다. 만약 이란과 적대 관계가 되면 전쟁 종료 이후에도 계속해서 이곳이 함부로 이용할 수 없는 바다가 될 수 있고, 그러면 우리 경제에 심각한 영구적 타격이 될 수 있다. 우리 경제 존속성과 직결되는 것"이라며 "동맹의 요구라는 이유로 무비판적으로 파병을 수용"하면 이후에도 비슷한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미국이 이란을 공격한 것은 "국제법과 유엔헌장 위반이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을 때 유엔의 허가를 받으려고 8개월을 기다렸는데 지금은 이보다 더한 상황”이라며 “파병은 불법이고 위헌이며 한미 상호방위조약 위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치밀한 의미에서 연합군을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유가 때문에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7개국 중에 미국으로 달려오고 있는 국가가 있다는 거짓말을 할 정도로 쫓기고 있는 것인데 우리가 너무 빨리 반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 역시 "군함이 아닌 경비정이나 민간 선박 등을 보내는 우회로를 검토하고 있는 것인가? 저무장이나 비무장 선박을 (호르무즈 해협으로) 보내면 국민을 사지로 내모는 것"이라며 "이란은 적대적이지 않은 제3국에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허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선을 긋고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대외적으로는 약간의 모호성을 유지하고 대내적으로는 국익과 국민의 생명 염두에 두고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이처럼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 데에는 미국의 구상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의 구상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미국의 제안이) 다국적 협의체든 호위단이든 제안을 할 때는 해당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며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선박의 안전과 원유 수입 등의 원활한 재개를 위해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 아니라 이란과 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준형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 선박이 26척이 있고 유조선은 9척 있는데 전쟁이 길어질 경우 이들을 구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란과 협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 파병을 논의하면 어떻게 구출할 것인가"라며 "지금처럼 국제적 여론도, 국내 여론도 트럼프에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보다 훨씬 더 단호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박을 제외하고는 호르무즈 해협 항행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혹시 우리는 이란 당국에 유조선을 포함한 상선이 40여 척 정도 묶여있는데 안전 항행에 대해 요청했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지난해 이란 외교부 장관과 유엔에서 면담을 가졌다. 언제든 그런 협의는 가능하다"라면서도 "구체적 협의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드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과 외교적 노력은 지속하고 있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의 질문에 조 장관은 "지난주에 외교부 차관이 주한 이란 대사와 면담했다. 현재 (이란 수도인) 테헤란에 남아있는 몇 안되는 해외 대사관 중에 하나가 우리"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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