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광화문광장 공연을 불과 나흘 앞두고 현장에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가 '역대급 안전 통제'를 강조하고 있지만 보행로에 그대로 노출된 전선과 비상 시 대피 공간으로 활용돼야 할 주변 건물의 출입 통제 등 안전관리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찾은 광화문광장 일대는 이미 대규모 인파를 대비한 통제 준비가 한창이다. 광장 주변에는 다중 안전 펜스가 설치돼 위험 구간 접근이 차단됐고 경찰과 통제 인력들이 곳곳에 배치돼 보행자 동선을 유도하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체계적인 통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모습이었지만 2만2000석 규모의 스탠딩 관람석과 최대 26만명에 달하는 예상 인원을 감안하면 이러한 준비만으로는 밀집 상황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제기됐다.
특히 보행로 곳곳에 방치된 전선은 가장 직관적인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공연 무대 인근과 광화문 '감사의 정원' 공사장 주변 통행로 바닥에는 일부 덮개조차 없는 전선이 그대로 드러난 채 설치돼 있었다.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수십만 인파가 한꺼번에 몰릴 경우 작은 장애물 하나가 연쇄적인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밟아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노출된 전선을 보니 불안하다"며 "행사 전까지 안전 조치가 보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장 전체를 감싼 '가상 스타디움' 형태의 안전 펜스 역시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된다. 현재 광화문광장은 임시 펜스를 통해 하나의 공연장처럼 통제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인원을 분산시키고 동선을 관리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대규모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밀집 상황에서 펜스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될 경우 인파가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2차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장 통제 인력이 물리적으로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펜스 자체가 대피로를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변 건물 통제가 비상 대피로를 차단하는 구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서울시는 '꼼수 관람'을 막기 위해 행사 당일 광화문 일대 31개 빌딩의 출입을 일제히 제한할 계획이다. 건물 출입구를 통한 우회 입장이나 옥상 관람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비상 상황에서 인파를 분산시킬 수 있는 공간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장 내부에 과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변 대형 건물 로비나 상업시설은 자연스러운 피난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지만 이번 조치로 그 역할이 제한된 셈이다.
현장의 불안감은 시민과 상인들의 반응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혜선 씨(31·여)는 "이태원 참사 이후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에는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안전 인력이 많이 투입된다고는 하지만 실제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 역시 "행사가 열리면 손님이 늘어나는 건 좋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다"며 "혹시 모를 상황을 우려해 자체적으로 영업을 중단하는 가게도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역대 최대 수준의 인파 통제 대책을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행사 당일 광화문광장 진입로는 31개의 출입구로 통제되고 구역 내 밀집도가 1㎡당 2명 수준에 도달하면 해당 구역을 전면 폐쇄하는 방식이 적용된다. 위험 징후가 감지될 경우 물리적으로 인파 유입을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대규모 인력 투입도 예정돼 있다. 행사 당일 현장에는 기동대 약 70개 중대를 포함해 경찰 6500명이 투입되고 서울시 통제 인력 3400명도 배치될 예정이다. 광화문 일대 주요 도로 역시 전면 통제된다. 세종대로와 율곡로 등 주요 간선도로는 행사 전후 최대 33시간 동안 차량 통행이 제한될 계획이다.
대중교통 통제도 병행된다. 광화문역, 시청역, 경복궁역 등 주요 지하철역에서는 무정차 통과와 출입구 폐쇄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혼잡 시간대에는 열차가 정차하지 않아 승객 하차로 인한 인파 집중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규모 통제 중심의 대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때는 거시적인 통제보다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미끄러운 바닥과 같은 환경적 요인이 인명 피해를 키운 만큼 전선 노출, 미끄럼 위험 등 사소한 요소까지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중 밀집 상황에서는 작은 장애물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현장 인력 배치뿐 아니라 물리적 위험 요소 제거와 대피 동선 확보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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