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보도…임무 연장으로 사기 저하 속 세탁실 화재로 빨래도 못해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이란 전쟁을 위해 중동에 배치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호에서 지난주 발생한 화재가 30시간 만에 가까스로 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임무 연장과 항모 내 화장실 고장 등으로 승조원들의 사기가 크게 꺾인 상황에서 화재 여파로 승조원 600명 이상이 바닥과 테이블에서 취침하는 등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해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12일 미 해군의 핵추진 항모 제럴드 R. 포드호의 주 세탁실 건조기 환풍구에서 화재가 시작돼 빠르게 확산했다. 승조원들이 대거 진화에 투입됐고, 불은 30시간 넘게 지나서야 겨우 진화됐다.
불은 꺼졌지만 제럴드 포드호의 승조원 중 600명 이상이 침상을 잃고 현재 선내 바닥이나 테이블에서 취침하고 있다고 해군 관계자들이 전했다. 세탁실이 불타 버려 승조원들이 빨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화재로 부상자도 발생했다. 중동 작전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2명의 승조원이 다쳐 치료받았다. 또 선내 장병 수십 명이 연기를 흡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렇지 않아도 임무 연장으로 인해 나빠질 대로 나빠진 제럴드 포드호 승조원들의 사기는 이번 화재로 인해 더 저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유럽 순항 목적으로 출항한 제럴드 포드함은 그해 10월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압송 작전을 위해 카리브해에 투입됐고, 올해 초 이란 작전을 위해 중동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고서 현재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에 투입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인 2017년 취역한 이 항모는 전장 351m, 선폭 41m(비행갑판 80m)에 함재기를 75대 이상 탑재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항모로, 신형 핵발전 플랜트, 통합 전쟁 시스템, 이중 대역 레이더 등 최첨단 기술이 적용돼 '슈퍼 핵 항모'로 불린다. 승조원 규모는 4천5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런 '슈퍼 핵 항모'도 임무가 두 차례나 연장되면서 선내 650개에 달하는 변기의 잦은 배관 고장과 장기간 임무에 지친 승조원들의 사기 저하 등 여러 난맥상을 노출하고 있다.
NYT에 따르면 이 항모의 승조원들은 자신들의 임무 배치 기간이 오는 5월까지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일반적인 항모 승선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1년간을 선상에서 지내야 한다.
포드호의 승조원들이 오는 4월 중순까지 임무에 투입될 경우 베트남 전쟁 이후 미 항모 가운데 최장 시간 임무 투입 기록을 세우게 된다. 현재까지의 기록은 2020년 미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호가 세운 294일이다.
해군 전문가들은 항모의 임무 배치 기간이 6개월이 넘어갈 경우 함선과 승조원 모두에게 무리가 간다고 지적한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을 지낸 존 커비 미 예비역 해군 소장은 "그렇게 오랫동안 혹독한 환경에서 함정을 운용하면서 배와 승조원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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