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AI로 빚은 디스토피아가 세계를 흔들고 있다. 방송작가 출신 강유경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은 단편 영화 ‘THE LAST EDEN’이 공개 직후 글로벌 영화제를 휩쓸며 단숨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공개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작품은 로스앤젤레스 영화 및 뮤직비디오 어워즈(Los Angeles Movie and Music Video Awards), 뉴욕 국제 영화제(New York International Film Awards), 베를린 독립 영화제(Berlin Indie Film Festival), 포르투갈 독립 영화제(Portugal Indie Film Festival) 등 주요 국제 무대에서 잇따라 ‘최우수 인공지능 영화’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기존 인공지능 영화가 보여주던 기술 중심 접근을 넘어선 서사 완성도로 평가받으며 추가 초청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작품의 결은 분명하다. ‘THE LAST EDEN’은 인공지능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이야기의 밀도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시사 교양과 다큐멘터리, 예능을 넘나들며 내러티브를 축적해온 강유경 감독은 17년 현장 경험을 토대로 서사를 구축했다. 과거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수상 이력이 증명하듯 메시지와 구조의 균형이 안정적으로 맞물린다.
연출 방식 역시 눈에 띈다. 예능 프로그램 출신 제작진이 ‘인공지능 아티스트’로 참여해 장면의 호흡과 감정선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약 한 달간 이어진 연구개발 과정을 통해 인간의 미세한 표정과 감정까지 구현해내며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는 결과를 완성했다. 제작진은 ‘초현실적 사실성’을 핵심 가치로 내세웠다.
서사는 2036년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억만장자 11인의 화성 이주 이후 드러나는 이면을 따라가며 기술이 아닌 인간의 선택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인공지능을 독점하는 권력 구조와 그로 인해 심화되는 불평등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성탄절에서 시작해 부활절로 이어지는 파국의 흐름은 종교적 상징을 차용해 기술로 구축된 낙원의 허상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청각적 완성도 역시 밀도 있게 설계됐다. 독일 국립음대 출신 정미선 교수가 음악 감독으로 참여해 인공지능 사운드와 국악, 클래식을 결합하며 독창적인 음향 세계를 구축했다. 서로 다른 결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며 디스토피아적 공간의 깊이를 끌어올린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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