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비를 그린 여자·새를 그린 남자…경계 넘나든 두 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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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비를 그린 여자·새를 그린 남자…경계 넘나든 두 학자

연합뉴스 2026-03-17 11:08:38 신고

신간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문 메리안과 오듀본 이야기 각각 다뤄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의 작품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의 작품

아세로라 줄기에 뭍어있는 데이다미아모르포나비(왼쪽)와 카네이션 위의 도둑나방 [문학수첩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13살 때부터 나비와 나방의 변태를 눈여겨보고 기록했던 여자는 정식 교육을 받지 않고도 훗날 '최초의 생태학자'로 불리게 됐다.

사업 실패로 빈털터리가 됐던 남자는 모든 새를 그리겠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고 훗날 '세계에서 가장 비싼 책'의 주인이 됐다.

독일의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1647∼1717)과 미국의 존 제임스 오듀본(1785∼1851) 이야기다.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림으로 기록함으로써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굵직한 자취를 남긴 두 생태학자의 이야기가 각각 책으로 출간됐다.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문학수첩 펴냄)은 메리안의 과학적·예술적 업적을 후대 연구자 22인의 글을 통해 다각도로 조명한 책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출판·판각공 집안에서 태어난 메리안은 어릴 때부터 끈기와 관찰력이 남달랐고, 자신이 본 것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능력이 있었다. 18세 때 결혼한 후 여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면서 자신의 작품 활동을 이어갔고, 1678년 장식용 화집 '꽃 그림책'을, 이듬해 '애벌레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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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의 곤충 도감은 죽은 곤충 표본을 나열하는 수준이었고, 박물학자들은 꽃과 곤충을 따로 떼서 다뤘으나, 메리안은 '애벌레 책'에서 곤충의 생애주기를 숙주식물과 함께 그렸다. 300여 종의 곤충을 직접 채집하고 일일이 다른 식물을 먹이고 키우며 관찰해 만든 이 책은 최초의 자연사 책으로 불리며, 메리안에게 최초의 생태학자 칭호를 안겼다.

여성으로 태어난 메리안은 중등학교에 진학할 기회도 없었고, 당시 학계에서 통용되던 라틴어를 배운 적도 없어 남성 동료와의 학술적 대화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부지런한 관찰로 나비와 나방의 생활사를 홀로 증명하는 듯 온전히 자신의 노력과 예술적 재능으로 한계를 극복하고 곤충학 분야에 큰 업적을 남겼다.

책 속에는 메리안의 연구 성과와 작품 세계, 후대에 미친 영향부터 남편이나 활판인쇄공 등 주변인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면모가 섬세한 그림과 함께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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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지뷜라 메리안'이 메리안에 대한 헌정집 느낌이라면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원제 'The Birds That Audubon Missed')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오듀본을 조명한다.

자신도 조류학자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 켄 코프먼은 새 발견을 향한 오듀본의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까지 흥미롭게 되짚어본다.

프랑스계 미국인인 오듀본은 이런저런 사업에 실패하고 부자 고객의 초상화를 그리거나 미술을 가르치며 겨우 생계를 유지하다 새에 대한 기념비적인 책을 쓰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북미 조류에 대한 최초의 종합 연구서 '미국 조류학'을 쓴 알렉산더 윌슨을 뛰어넘고자 했고, 400종의 새 그림을 그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결국 그는 1827년부터 1838년 사이 435점 도판이 담긴 기념비적인 책 '북미의 새'(The Birds of America)를 출간한다.

새의 움직임을 실제 크기로 역동성 있게 표현하고, 서식지와 먹이 등을 함께 그려 넣어 메리안처럼 생태적인 맥락을 함께 담은 이 책은 2010년 당시로서는 최고가인 1천150만달러에 팔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책' 타이틀을 얻기도 했다.

오듀본이 그린 흰해오라기 오듀본이 그린 흰해오라기

[내셔널오듀본소사이이어티 캡처]

'북미의 모든 새를 그리겠다'는 오듀본의 열정과 과욕은 그릇된 선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다른 이가 채집한 새 표본을 자신의 발견인 것처럼 속이고, 대머리독수리와 같은 종인 새를 새로운 종이라고 발견하며 '워싱턴의 새'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오듀본은 나에게 영웅도, 롤모델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저자는 오듀본의 질투와 집착, 사기 행각 등도 모조리 드러낸다. 그러면서도 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200년 전 자신만큼 새에 열정을 가졌던 탐험가이자 예술가의 작품엔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오듀본은 노예제 찬성론자, 백인 우월주의자, 과학 사기꾼 등 여러모로 끔찍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는 더 다양한 종류의 새를 그려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와중에도, 진정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면이 존재했다."

▲ 마리아 지뷜라 메리안 = 조은영 옮김. 360쪽.

▲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 조주희 옮김. 464쪽.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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