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자외선 차단제의 성능을 좌우하는 기준이 ‘성분’에서 ‘제형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기존 오일 기반 유화 시스템을 대체하는 완전 수계 제형 기술이 학술적으로 입증되면서 선케어 시장의 기술 경쟁 구도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코스메카코리아에 따르면 서울과학기술대학교와 공동 연구를 통해 ‘물-물(Water-in-Water, W/W) 에멀전’ 기반 자외선 차단 제형의 과학적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됐다.
현재 대부분의 자외선 차단제는 물과 오일을 혼합한 유화 방식으로 제조된다. 다만 오일과 계면활성제 사용에 따른 번들거림, 끈적임, 눈 시림 등 사용감 한계와 환경 부담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오일을 사용하지 않는 ‘완전 수계 제형’을 적용했다. 서로 다른 수용성 고분자가 물속에서 분리된 상을 형성하는 ‘수계 2상 시스템(ATPS)’을 활용해, 물 기반 구조에서도 안정적인 제형을 구현한 것이 핵심이다.
이 기술은 피부에 도포된 뒤 수분이 증발하면서 촘촘한 필름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자외선 차단 성분이 피부 표면에 균일하게 분포해 차단막의 밀도를 높이고 자외선 흡수 효율을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실험에서는 동일 성분과 농도의 기존 수계 분산액 대비 더 높은 자외선 차단 지수(SPF)를 기록했다. 피부 전반에 걸쳐 보다 균일한 차단 효과도 확인됐다.
이번 연구가 자외선 차단 성능이 단순히 원료 함량이 아니라 제형 내 구조와 배열 방식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업계에서는 향후 선케어 제품 경쟁력이 성분 중심에서 제형 기술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연구는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한국을 빛낸 사람들’에도 선정됐다.
황준필 코스메카코리아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의 혁신 제형이 단순한 사용감 개선을 넘어, 자외선 차단 효능 자체를 끌어올리는 과학적 원리를 규명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며, “감각적 주장이 아닌, 데이터와 과학으로 기술력을 증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연구소장은 “최근 연구 트렌드는 최소한의 자외선 차단 성분으로 최대의 효과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이번 논문에서 입증된 혁신적인 분산 기술과 균일한 피막 형성 메커니즘은 이러한 흐름에 부합하는 핵심 기술로, 향후 더욱 안전하고 효능 높은 차세대 자외선 차단제 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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