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속 가격 유지 쉽지 않지만…단골들 생각에 버텨"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1천500원짜리 김밥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잖아요."
지난 16일 인천시 서구 석남동 한 분식집에서 만난 장성순(71) 씨는 주름진 손으로 정성스레 찐빵을 빚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장씨는 남편과 함께 인근 전통시장에서 10여년 동안 김밥 장사를 하다가 5년 전 서울지하철 7호선 석남역 5번 출구 쪽으로 가게를 옮겨 김밥, 만두, 찐빵 등을 판매하고 있다.
장씨의 분식집 입구에는 '전국 최고의 가성비 김밥·만두'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가게에 들어서면 '원조김밥 1천500원'이라고 적힌 메뉴판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쪽에는 계란, 단무지, 당근, 시금치, 햄 등이 알차게 들어간 김밥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장씨는 매일 오전 5시 가게 문을 연다. 새벽녘 길거리는 고요하지만, 가게 앞은 김밥을 사러 온 손님들로 붐빈다.
작업복을 입은 공사장 인부들부터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는 직장인까지 각자 일터로 향하는 이들에게 김밥은 하루의 시작을 책임지는 첫 끼가 된다.
주머니 사정이 비교적 빠듯한 청소년들이나 노인들에게도 1천500원짜리 김밥은 소중한 존재다.
행정안전부가 공표한 지난달 전국 시도별 평균 김밥 가격이 대체로 3천원 초·중반대인 것을 고려하면 흔히 볼 수 없는 가격이다.
여기에 만두와 찐빵, 각종 분식·식사류 역시 4천∼6천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다.
단골이라고 밝힌 최모(67) 씨는 "웬만한 김밥 가격이 3천원을 넘는 세상에 이런 가게가 동네에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고물가 시대에 쌀과 마른김 등 재룟값이 치솟아 김밥 장사로는 남는 게 거의 없지만, 단골들을 생각하면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원도심 특성상 독거노인 가구가 많다 보니 가게에 자주 들르는 어르신들이 있다"며 "김밥을 의지하는 다양한 발길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과 같이 일하면서 인건비를 최소화하고 있고, 건물 임대료가 주변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그럭저럭 가게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씨는 "맛없으면 아무리 값이 싸도 손님들이 찾지 않는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맛있는 김밥을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가게는 행안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맞춰 인천시가 공식 인증한 '착한가격업소'로도 지정돼 있다.
착한가격업소는 효율적인 경영을 통해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로, 가게 홍보와 물품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7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달 기준 인천에서는 장씨 가게와 같은 착한가격업소 481곳이 운영되고 있다.
강화군 양도면에는 2010년부터 16년째 짜장면값을 2천원으로 유지해온 중식당이 있다.
김상태(71)·강영희(70) 씨 부부는 누구나 힘든 시절이 있기에 언제든 부담 없이 식사할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로 짜장면을 2천원에 팔고 있다.
인천에서 착한가격업소에 포함된 중식당 중에서도 이들 부부의 가게는 단연 가장 낮은 짜장면값을 자랑한다.
강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점점 나이가 들면서 체력 문제로 영업시간을 조금 단축했지만, 짜장면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양도면의 또 다른 중식당은 짜장면 한 그릇에 3천원을 받고 있다. 역시 전국 평균 짜장면 가격(약 7천원)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부평구 부평시장에 있는 한 칼국숫집의 경우 잔치국수 3천원을 비롯해 5천∼7천원대 칼국수를 선보이며 든든한 한 끼를 책임지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안으로 착한가격업소를 59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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