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차 여행] 망치 소리에서 예술이 피어나다, '부산 깡깡이예술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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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차 여행] 망치 소리에서 예술이 피어나다, '부산 깡깡이예술마을'

뉴스컬처 2026-03-17 0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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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깡깡이예술마을은 부산의 항구 산업과 생활문화, 그리고 예술이 한 공간에서 만나는 독특한 장소다. 이곳은 화려한 관광 명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지닌다. 오래된 조선 작업장의 흔적과 바다의 풍경이 함께 어우러지며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떤 역사 속에서 성장했는지를 조용히 보여준다.

자갈치시장 건너편에 위치해 있는 마을은 영도대교와 남항대교 사이의 해안가에 자리하고 있다. 상업과 관광의 중심지와 항구 노동의 현장이 서로 마주 보는 자리다. 이 위치만으로도 부산이라는 도시가 바다와 얼마나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는지 짐작하게 한다.

깡깡이예술마을. 사진=부산관광공사
깡깡이예술마을. 사진=부산관광공사

마을을 처음 마주하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항구 특유의 풍경이다. 물양장에는 선박들이 빽빽하게 정박해 있고, 좁은 골목 사이로는 조선소와 공업사들이 이어져 있다. 여행지에서 흔히 기대하는 정돈된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오히려 그 거친 현장감이 이곳의 분위기를 만든다.

‘깡깡이’라는 이름은 이 마을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선박 표면에 붙은 녹과 오래된 페인트를 제거하기 위해 망치로 두드리면 금속이 울리는 소리가 난다. 작업장에서 반복되던 그 소리가 마을을 부르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이 명칭은 항구 노동의 기억을 담고 있다. 배를 수리하는 일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도시에서 중요한 기술이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소리와 풍경은 지역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대평동 일대는 오래전부터 바람과 파도를 피하던 어선들이 머물던 장소였다. 이후 부산항이 개항하면서 선박 관련 산업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조선 기술자와 부품 상점들이 자연스럽게 이곳에 자리 잡았다.

깡깡이 유람선. 사진=영도문화도시사업단
깡깡이 유람선. 사진=영도문화도시사업단

19세기 후반에는 근대식 조선소가 들어서며 지역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후 항구가 확장되고 매립 공사가 이어지면서 선박 부품을 제작하거나 수리하는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모였다. 마을은 점차 부산 조선 산업의 핵심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1970년대와 1980년대는 이 지역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였다. 원양어업이 번성하면서 선박 수리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항구에는 배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고 작업장은 밤늦게까지 불빛을 밝히며 돌아갔다.

당시 대평동에서는 “고치지 못할 배가 없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기술력이 높았다. 선박 수리 경험이 축적된 기술자들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부산 항구 산업의 중심을 지탱하던 주역이었다.

그러나 항구 산업의 흐름이 변하면서 마을의 모습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선업의 침체와 함께 지역 경제도 점차 활기를 잃었다. 한때 붐볐던 작업장 주변은 조용해졌고 인구 역시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흔적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여러 수리조선소가 운영되고 있으며 수백 개에 가까운 공업사와 선박 부품 업체가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부산 조선 산업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라 할 만하다.

2010년대 중반 부산시는 이 지역을 문화예술마을로 재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산업 현장이 지닌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면서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시도였다.

부산 영도구 깡깡이마을 조선소 모습. 사진=깡깡이예술마을
부산 영도구 깡깡이마을 조선소 모습. 사진=깡깡이예술마을

마을 골목 곳곳에는 다양한 예술 작품이 설치되었다. 벽면을 채운 그림과 움직임을 활용한 조형물, 밤이 되면 빛으로 공간을 바꾸는 설치 작품들이 등장했다. 오래된 조선소 건물과 예술 작품이 함께 있는 장면은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낸다.

마을의 특징은 산업 현장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이다. 많은 문화마을이 과거의 흔적만 남긴 채 관광지로 바뀐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실제 조선 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마을의 생활문화 역시 항구 산업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오래된 식당과 다방은 대부분 조선소 노동자들이 이용하던 공간에서 시작됐다. 푸짐하고 저렴한 음식은 항구 노동자들의 하루를 버티게 하던 중요한 요소였다.

수십 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온 작은 다방들은 마을의 분위기를 상징한다. 낡은 간판과 오래된 가구가 그대로 남아 있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여행객들에게는 관광 명소이면서도 동시에 생활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예술 작품만을 보기 위해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부산이라는 도시가 어떤 산업과 문화 속에서 형성되었는지를 직접 체감하기 위해 마을을 찾는다.

깡깡이예술마을은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바다와 노동, 산업과 예술이 함께 존재하는 이 공간은 항구도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망치가 금속을 두드리며 울리던 ‘깡깡’ 소리는 이제 마을을 상징하는 이름이 되었다. 그 소리는 과거의 산업 현장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부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이야기해주는 문화적 상징으로 남아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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