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에 배 맡기겠다” 했지만···법도 계약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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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국에 배 맡기겠다” 했지만···법도 계약도 없다

이뉴스투데이 2026-03-16 18:33: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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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미국 조선업 재건의 청사진을 담은 ‘미국 해양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조선 협력 기조를 문서에 명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법안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미국 해군]
미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미국 조선업 재건의 청사진을 담은 ‘미국 해양 행동 계획’을 발표하며 조선 협력 기조를 문서에 명시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과 법안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미국 해군]

[이뉴스투데이 김재한 항공·방산 전문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발표한 미국 조선업 재건의 청사진을 담은 ‘미국 해양 행동 계획(America's Maritime Action Plan, MAP)’이 의회 반대로 교착 상태에 빠진 미국 조선업 재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MAP에 담긴 조선 협력 구상

16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지난달 13일(현지시간) 미국 조선업 재건의 청사진을 담은 ‘미국 해양 행동 계획(MAP)’을 공개했다. 이 문서에는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위해 한국·일본과 협력을 지속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발표와 함께 최소 15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미국 조선산업 전용 투자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우리 국회는 지난 12일 본회의에서 한미 무역합의에 따른 3500억 달러(약 523조원) 규모 대미투자 이행을 법적으로 뒷받침하는 대미투자특별법(정식명칭:한미 전략적 투자 관리를 위한 특별법)을 재석의원 242명 중 찬성 226명, 반대 8명, 기권 8명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미 워싱턴 D.C. 소재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에 따르면 MAP의 핵심은 ‘브리지 전략(Bridge Strategy)’이다. 브리지 전략은 미국 외 국가의 조선사가 미국 조선소에 자본을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조건으로, 해당 국가 조선사가 계약 초기 물량 일부를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하도록 허용하는 조건부 협력 구조다.

실제 사례로 미 해안경비대가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미국 볼링거 십야드(Bollinger Shipyards), 캐나다 데이비 디펜스(Davie Defense), 핀란드 라우마 마린 컨스트럭션스(Rauma Marine Constructions) 등과 계약을 체결해 북극 쇄빙선을 미국과 핀란드 등에서 분산 건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법안, 미 의회 문턱 못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MAP 이행방안을  발표한 것은 핵심 입법 수단은 ‘미국 선박법(SHIPS for America Act)’이 의회에서 거부당했기때문이다. 이 법안은 미국 조선·해운 산업을 확대하기 위한 지원 정책을 담고 있으며, 미국 내 건조 역량이 부족할 경우, 한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국내 조선업체 참여의 법적 근거로 거론돼 왔다.

그러나 이 법안은 2024년 첫 발의는 물론 2025년 재발의에도 의회의 심사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로 현재 미 상원 상무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다. 스팀슨센터는 “MAP에서 제시한 재정 관련 조치 상당수는 의회 입법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대부분의 조치가 미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며 MAP 발표 당시에도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지난해 12월에 미 하원과 상원에서 통과시킨 미국의 국방 예산과 군사 정책 방향을 정하는 국방수권법(NDAA) 최종안에도 한국·일본 조선소를 우선 검토하도록 한 핵심 조항은 삭제됐다. 미국의 정치·정책 이슈를 다루는 알파비즈에 따르면, 미 상원이 지난해 10월 통과시킨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 초안에는 해군장관이 외국 조선사의 미국 내 투자와 협력을 평가할 때 한국과 일본 기업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는 취지의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알파비즈는 미 의회가 한·일 조선업체를 활용하는 방안 대신 기존 공공 조선소 인프라 최적화와 해군 수리시설 확충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최종안을 정리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조선업계와 노동조합의 반발을 이유로 이런 방안을 냈다고 분석했다.

불확실성 속 국내 조선업계 대응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MAP를 내놓은 것은 미 조선업 재건을 위한 자신의 정치적 구상이 의회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진  것을 돌파하기위해 내놓은 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의회가 우려하듯 한일의 조선기술로 미국의 일자리를 뺏는 것이 아니라 외국 자본으로 고사상태에 빠진 자국의 조선사업을 살리려는 것이라는 논리로 보호무역주의자들의 명분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국내 조선업계에서는 미국 내 입법 절차뿐 아니라 한·미 간 정책 변수도 함께 맞물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조선업 관계자는 한미 간 조선 협력 문제는 단순히 조선업만의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사안은 양국 간 관세 협상, 핵추진 잠수함 등 여러 정책 이슈와 맞물려 돌아가는 문제”라며 “단순히 함정을 건조하는 문제를 넘어 다양한 요소와도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로는 군사 보안 절차가 거론된다. 미 해군 함정 건조나 유지·정비 사업에 참여하려면 조선소와 관련 인력이 미 국방부 보안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이 과정이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술이나 생산 능력뿐 아니라 미국 군사 보안 체계를 통과해야 하는 절차도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미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등을 중심으로 독자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미국 조선사 나스코(NASSCO)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며 미국 시장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다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미 의회의 입법 절차와 미 정부의 발주 결정, 현지 조선업계와 노동조합의 반발 등 국내 조선업계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들이 사업 추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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