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억압한 이란 정권의 몰락···'히잡 의문사'가 쏘아 올린 반정부 항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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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억압한 이란 정권의 몰락···'히잡 의문사'가 쏘아 올린 반정부 항쟁

여성경제신문 2026-03-16 17: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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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을 목에 걸친 이란 여성 /연합뉴스
히잡을 목에 걸친 이란 여성 /연합뉴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을 지배해 온 이슬람 신정주의 정권이 중대한 붕괴 국면을 맞이했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절대권력으로 군림해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제거되면서다. 

히잡 의무화와 체계적인 여성 인권 탄압으로 유지되던 철권통치는 2022년 '마흐사 아미니 사망 사건'을 기점으로 균열을 보였고, 2025~2026년 대규모 반정부 항쟁과 외부의 군사 개입이 맞물리며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란의 혼란은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됐다. 팔라비 왕조가 붕괴한 뒤 이슬람 공화국 체제로 전환된 이란은 혁명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가 도입한 최고지도자 제도를 통해 종교 권력과 국가 권력을 결합했다. 이후 후계자 알리 하메네이가 1989년부터 30년 넘게 최고 권력자로 군림하며 이슬람 근본주의 율법으로 국민의 삶을 옭아맸다.

특히 여성에 대한 억압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공공장소에서 히잡 착용이 의무화됐고 이를 단속하기 위해 테헤란에만 7000명이 넘는 도덕경찰이 잠복했다. 복장 규정 위반 시 즉각 체포와 처벌이 가능했으며 여성의 스포츠 경기 관람과 특정 직종 취업도 제한됐다. 2021년에는 하메네이의 칙령(파트와)에 따라 여성 만화 캐릭터조차 히잡을 착용해야 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란 여성 평균 소득 남성의 17.1%

경제적 차별도 극심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여성의 평균 소득은 동일 분야 남성 소득의 17.1%에 불과하다. 현행법상 남편은 자신의 존엄성에 반한다고 판단할 경우 아내의 취업을 법적으로 금지할 수 있으며 여권법 제18조에 따라 40세 미만 여성은 해외여행 시 남성 보호자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미국의 장기적인 핵 경제제재로 물가 상승과 실업 문제가 심화된 상황에서 국가 인구 절반인 여성을 철저히 소외시킨 이 같은 정책은 대중의 분노를 임계점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9월 22세 쿠르드계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규정 위반 혐의로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구금 상태에서 사망하면서 전국적인 시위가 촉발됐다. "여성·생명·자유"라는 구호 아래 수개월 동안 이어진 시위로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란 정부는 군경을 동원해 무자비한 유혈 진압에 나섰지만, 과도한 탈세속화와 경제난에 지친 민심은 오히려 2025년과 2026년에 걸쳐 한층 거센 대규모 항쟁으로 폭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시위대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하며 전격적인 군사 행동에 나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핵 시설과 군사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단행했고 이 과정에서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 정부는 그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1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반 이란정권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담배를 피우며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1월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반 이란정권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담배를 피우며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수뇌부 폭격 이후 이란 내부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억압받던 여성들과 반정부 시위대는 하메네이 사망 소식에 즉각 환호했다. 이란의 여성 인플루언서들은 족쇄였던 히잡을 벗어 던지고 서구식 복장으로 춤을 추는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앞다투어 게재하며 해방감을 표출하고 있다. 서울, 도쿄, 파리, 런던 등 전 세계 각지에서도 재외 이란인들의 대규모 축하 행사와 신정제 규탄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구심점으로 떠오른 팔라비 가문

다만 반대 진영의 움직임도 있다. 기득권 보수층과 혁명 수비대는 '국제 쿠드스의 날'을 맞아 테헤란에 결집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며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이란 성직자 지도부는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했으나, 도시 지역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정권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목소리 역시 거세지고 있어 정권 내부 안정은 아직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혼란 속에서 과거 팔라비 왕조의 후손들이 시위대의 새로운 구심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국 망명 중 태어난 누르 팔레비의 행보가 워싱턴 정가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는다. 2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그는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뉴욕 금융계에서 활동하는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이란 민주화에 온전히 쏟아붓고 있다. 

그는 최근 뉴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하메네이 제거에 이토록 가까워진 적도, 정권이 이렇게 약해진 적도 여태껏 없었다"며 현재의 상황을 이란 해방의 적기로 규정하고, 이란계 인구가 밀집한 LA 집회 연단에 올라 "오늘의 결집은 한 나라가 스스로의 주권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선언"이라며 대중을 결집시켰다.

여성 인권 문제에서 시작된 사회 갈등은 이제 체제 안정성 문제 전반으로 확장됐다. 국가의 절반인 여성을 철저히 탄압하고 배제한 권력은 결국 억눌린 자들의 저항과 이를 명분 삼은 국제사회의 개입에 의해 치명상을 입었다. 

이란의 인권 현황을 조사하는 유엔 독립 조사단은 "이란 당국은 히잡 규정을 안 지키는 여성과 소녀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가하고 있고 드론을 포함한 각종 장비를 이용해 공공장소뿐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도 감시를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식 규정을 안 지킨 경우 받는 벌금이나 징역형 등의 형량이 한층 가혹해지고 일자리나 교육 기회의 제한, 여행 금지 등 여성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률도 시행된다"고 비판했다.

총구의 위협과 기득권의 결사항전 속에서도 자유를 향해 발걸음을 내디딘 이란 민중들이 온전한 민주화와 세속주의를 쟁취할 수 있을지, 40년 넘게 유지된 이란 신정 체제가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히잡(Hijab)=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의 머리와 목을 가리는 전통적인 머리 스카프를 뜻한다. 아랍어로 ‘가리다, 덮다’라는 의미에서 유래했으며 이슬람의 종교적·문화적 규범에 따라 겸손함과 신앙을 표현하는 복식으로 여겨진다. 보통 머리카락과 목을 가리지만 얼굴은 드러나는 형태가 일반적이며 지역과 문화에 따라 착용 방식이 다양하다. 히잡은 개인의 종교적 선택으로 착용되기도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법이나 사회 규범에 의해 착용이 요구되거나 제한되기도 한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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