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N] 영화가 깨운 단종의 시간, 서용선 그림으로 풀어낸 '단종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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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N] 영화가 깨운 단종의 시간, 서용선 그림으로 풀어낸 '단종문화제'

뉴스컬처 2026-03-16 16:24:2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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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문화제에 축하 영상을 보낸 배우 박지훈 스틸샷=단종문화제 홈페이지
단종문화제에 축하 영상을 보낸 배우 박지훈 스틸샷=단종문화제 홈페이지

[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강원 영월의 봄이 비극적으로 살다 간 어린 왕의 이야기로 다시 시작된다. 동강 물길이 휘돌아 흐르고 절벽으로 둘러싸인 강변 땅에 바람이 스칠 때면 사람들은 오래된 역사를 떠올린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쫓겨난 조선의 임금 단종의 이야기다.

그 기억을 다시 불러내는 제59회 단종문화제가 오는 4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영월 일대에서 열린다. ‘왕의 귀환, 희망의 서막’을 주제로 열리는 올해 축제는 세계유산인 영월 장릉과 청령포, 관풍헌, 동강 둔치 등 단종의 삶과 죽음이 스며 있는 역사 공간을 무대로 펼쳐진다.

서용선 作 '왕과 신하들'(2014). 심문을 받는 사육신과 단종의 관계에 주목한 그림. 작가는 “아직 신하의 복식을 입고 있지만 관모를 쓰지 않은 모습으로 심문받는 신하들의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대각선 방향의 청색과 흰색 면은 궁궐 기와의 형태를 변형한 것이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흐르는 듯한 색면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과 삶의 감정을 현재의 상태로 붙잡아 두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그림=서용선 스튜디오
서용선 作 '왕과 신하들'(2014). 심문을 받는 사육신과 단종의 관계에 주목한 그림. 작가는 “아직 신하의 복식을 입고 있지만 관모를 쓰지 않은 모습으로 심문받는 신하들의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대각선 방향의 청색과 흰색 면은 궁궐 기와의 형태를 변형한 것이며 화면을 가로지르는 흐르는 듯한 색면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과 삶의 감정을 현재의 상태로 붙잡아 두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그림=서용선 스튜디오

단종의 삶은 조선 왕조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서사로 남아 있다. 12세의 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숙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권력의 흐름은 순식간에 뒤집혔다. 세종과 문종의 신임을 받던 대신 김종서와 황보인 등은 살해됐고 어린 왕은 끝내 왕위를 내주고 상왕으로 물러났다. 이후 노산군으로 강등된 그는 영월의 청령포로 유배돼 고립된 시간을 보내다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강물과 절벽으로 둘러싸인 청령포는 한때 왕이 세상과 단절된 채 머물렀던 장소다. 훗날 그의 시신은 지방 관리 엄흥도가 몰래 거두어 장사를 지냈고 세월이 흐른 뒤 숙종 때 왕위가 복권되면서 지금의 장릉에 안장됐다. 단종문화제는 바로 이 역사적 기억을 기리는 축제다. 1967년 ‘단종제’로 시작된 이후 반세기 넘게 이어지며 영월을 대표하는 문화 행사로 자리잡았다.

올해 축제는 최근 흥행 중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와 맞물리며 더욱 관심을 모은다. 영화는 폐위된 뒤 영월로 유배된 단종이 촌장과 마을 사람들과 교감하며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서용선 作 '백성들의 생각-노산군'(2010).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광천골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림=서용선 스튜디오
서용선 作 '백성들의 생각-노산군'(2010).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광천골 사람들의 마음이 전해진다. 그림=서용선 스튜디오

개막식에는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이 영월 문화예술회관에서 특강을 진행하며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영화에서 단종을 연기한 박지훈 배우도 홍보 영상으로 참여해 영월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단종의 이야기를 전한다. 영화의 여운은 이미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청령포와 장릉을 찾은 방문객 수는 11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수치가 6월에야 기록된 것과 비교하면 두 달 가까이 앞선 속도다.

영화가 단종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냈다면 서용선 작가는 오랫동안 그 비극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는 1986년 영월에서 청령포의 이야기를 들은 뒤 단종의 역사에 깊이 매료돼 이후 40년 가까이 관련 작업을 이어왔다. 4월 20일부터 5월 3일까지 영월관광센터에서 '서용선의 단종 그림' 전시가 이어진다.

한국 미술에서 역사를 정면으로 다룬 회화가 드문 현실 속에서 서용선 작가는 계유정난과 단종 복위 운동,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을 반복해 그려왔다. 서 작가에게 단종의 이야기는 단순한 역사 재현이 아니라 권력과 인간의 욕망, 충절과 배신이 교차하는 인간사의 본질을 묻는 서사다. 

서용선 作 '엄흥도, 노산군' (1990). 밤에 노산군을 바라보고 있는 엄흥도의 마음이 전해진다.=서용선 스튜디오
서용선 作 '엄흥도, 노산군' (1990). 밤에 노산군을 바라보고 있는 엄흥도의 마음이 전해진다.=서용선 스튜디오

서 작가는 “서양 미술과 문학이 그리스 비극을 주요한 주제로 삼아온 것과 달리 한국 미술사에서는 역사를 다룬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말한다. 오는 4월에는 ‘서용선의 단종 그림’(가제)이 출간될 예정이다. 책에는 단종과 청령포, 엄흥도를 비롯해 금성대군, 사육신과 생육신, 그리고 단종을 평생 그리워했던 정순왕후 등 역사 인물들을 담은 회화와 드로잉 200여 점이 실린다.

결국 단종의 이야기는 한 시대의 비극을 넘어 현재의 문화로 이어진다. 역사 속 어린 왕의 삶은 영화로 되살아나 그림과 전시로 확장되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봄의 영월에서 다시 한 번 강물과 절벽 사이에 남은 오래된 기억은 축제와 예술을 통해 우리 가슴 속 단종과 그의 충절들을 불러들일 것이다.

뉴스컬처 최진승 cjs927488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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