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최윤범 표심 ‘3중 딜레마’⋯선택지 없는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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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최윤범 표심 ‘3중 딜레마’⋯선택지 없는 국민연금

일요시사 2026-03-16 15:45: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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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국민연금은) 국민 주식을 갖고 있으니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해야 한다. 원시적이고 후진적 기업 경영이 계속되는 데에는 국민연금이 확실하게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에 지시한 말이다.

국민의 노후자금 1100조를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손에 오는 24일 주주총회를 앞둔 기업들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만큼 국민연금의 역할이 커졌고, 시장과 주주들은 국민연금을 주목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주총의 대장주 격인 고려아연은 국민연금이 ‘친시장 거버넌스 개혁’이란 이재명정권의 핵심 정책이 시장에 자리잡는 첫 주총 시즌이라는 측면에서 대장주로 꼽힌다.

고려아연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주총 표심은 이정권이 상법 개정까지 들고 나와 강력하게 시장개혁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은 하늘을 찌른다.

업계에선 이번 고려아연 주총의 최대 쟁점인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민연금이 직면한 ‘3중 딜레마’에다 최근 한층 강화된 수탁자 책임 원칙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딜레마는 국민연금의 내부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와의 정면충돌이다. 지난 2018년 이 제도를 도입했던 김성주 이사장이 이재명정부의 초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복귀하며 ‘책임 투자’의 기치를 다시 높였다.

김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연금은 더 이상 거듭되는 기업의 지배구조 문제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금의 이익과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경영진에 대해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에 의거해 엄격하고 단호하게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이 같은 기조 아래에서 현재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최 회장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은 김 이사장이 스스로 세운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째는 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과의 배치다. 이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완수했다. 최 회장은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대규모 자사주 매입 후 유상증자를 시도하는 등 일반 주주의 가치를 희석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가 ‘주주 친화’를 최우선 가치로 내건 상황에서, 횡령·배임 혐의로 주주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의 연임에 국민연금이 힘을 실어주는 것은 정부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보가 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이 처한 가장 결정적인 고민이자 표결권 행사의 기준은 이 대통령의 의중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민연금을 향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국민의 소중한 자산인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최소한 이상한 경영, 원시적이고 후진적인 기업 경영이 계속되지 않도록 국민연금이 확실하게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 대통령이 언급한 ‘후진적 경영’의 표본으로 현재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나타난 각종 잡음을 꼽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제대로 된 주주권 행사’를 주문한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줄 명분은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다.

한편, 국민연금의 변화된 스탠스는 이미 다른 대기업 주총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H 그룹 C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 ‘적극적 반대’를 결정했다. 국민연금이 밝힌 반대 사유는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 권익 침해 이력이 있는 자”라는 점이었다.

고려아연 역시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주주가치 희석”을 이유로 최 회장 연임 반대를 권고한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H 그룹 사례에서 보듯, 국민연금은 이제 사법 리스크가 있거나 주주 소통에 실패한 경영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며 “고려아연에서도 찬성표보다는 적극적인 반대나, 최소한 소극적인 기권(중립 투표)을 통해 책임을 회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번 주총에서 보여줄 행보는 ‘이재명호 밸류업’ 정책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시장의 보편적인 시각대로 적극적인 반대나 소극적 기권은 국민연금의 불가피한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ungwon933@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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