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트럼프, 7개국에 호르무즈 호위함 파견 요구…한중일 셈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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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트럼프, 7개국에 호르무즈 호위함 파견 요구…한중일 셈법 '복잡'

폴리뉴스 2026-03-16 13:02:18 신고

호르무즈 해협에 발묶인 상선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 발묶인 상선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해법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7개국에 파병을 요구하고 나서 외교적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가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공격으로 시작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요구는 어느 나라도 수용하기 어렵지만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원유와 물류 수송을 위해서는 호위함을 보낼 필요도 있다.

특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중국이나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 일본은 적지 않은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편, 미국과 이란 모두 대화나 협상에는 뜻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 "참여여부 기억할것" "미중 정상회담 연기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對)이란 전쟁 16일차인 15일(이하 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 유조선 통과를 호위하고 이란 공격에 대비할 '연합' 구성을 위해 약 7개국에 참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7개국은 전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한국과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보다 2곳이 더 늘어난 것이다.

'어떤 국가들이 참여하겠다고 했는가'라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참여 여부를) 기억할 것이다"라며 참여를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의 연기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은 이 해협(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 90%를 얻고 있어 도와야 한다"며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주 정도 남은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연기될 수도 있다"며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 호위 참여에 대한 응답을 정상회담 이전에 내놓지 않으면 일정이 미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中관영지 "원인 제공 후 본질 왜곡" 美 비판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중국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류중민 상하이외대 중동연구소 교수는 15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에 "미국이 더 많은 국가를 분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중동 전쟁 원인을 제공한 뒤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이 전 세계 수송로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 전체가 그 안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긴장의 근본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감행한 군사 공격에 있다"고 지적했다.

글로벌타임스는 같은 날 게재한 사설에서도 "여러 국가의 군함으로 해협을 채우는 것은 안보 확보가 아니라 오히려 분쟁의 불씨를 만들 뿐"이라며 "한 척이라도 공격받는다면 그 여파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는 얼마나 많은 해군이 순찰하느냐에 달린 게 아니라, 총성이 멈추는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사진=AFP=연합뉴스 ]
이란의 공습을 받은 이스라엘 텔아비브 [사진=AFP=연합뉴스 ]

미일정상회담 앞둔 日, 신중 모드 속 파병 검토하나

일본 역시 파병에 신중한 모습이지만 임박한 미일정상회담이 변수가 되고 있다. 

오는 19일 미국에서 열릴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다카이치 총리에게 파병을 요구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미국과 동맹 관계는 더욱 밀착 유지하면서 '전쟁 가능 국가'를 위한 개헌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파병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당장 당내에서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자민당 고바야시 다카유키 정무조사회장은 15일 NHK 토론방송에 출연해 "이번 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 있어서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이야기"라며 "선박 보호를 위해 자위대를 파견할 근거를 둘러싸고 현시점에서 정부가 존립 위기 사태나 중요 영향 사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15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호르무즈 군함 파견에 대한 질문에 "(미국 측에서) 아직 요구하지 않아 대답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본 정부로서 필요한 대응을 할 방법을 현재 검토 중"이라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 언론은 지난 2019년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업용 선박을 호위하는 일종의 군사 동맹체인 '호위연합'을 결성할 당시 일본 정부에 참여를 요구했지만 당시 아베 신조 정권이 여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우회 전략'을 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번에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전통적인 우호국인 이란과의 관계가 미국과 관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을 위시해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자위대법에 근거, 호위함을 호르무즈 근해에 파견하고 정보 수집과 일본 선박 호위를 병행하도록 하는 우회로를 택하며 미국·이란 양국의 눈 밖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을 했다.

주한미군 전력 차출 이어 파병 요구까지…靑 "신중 검토"

국내 정치권도 '신중론'…"국회 비준 필요"

청와대 역시 '신중론'을 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병을 거론한 후 청와대는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하며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주한미군 방공 전력이 중동으로 차출될 때 미국으로부터 파병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 미 육군이 제82공수사단의 대규모 훈련을 돌연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대는 2020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관 제거 작전 전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사관 경비 강화 임무, 2021년 아프가니스탄 철수 작전 등 중동 작전에 참여한 이력이 있다.

그러면서 만일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동맹인 한국에게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한국은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국의 요청에 따라 의료지원단과 항공수송단을 파병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자이툰 부대, 2010년 아프간 전쟁에 오쉬노(Oshino) 부대를 각각 보냈다. 

국내 정치권도 여야를 막론하고 신중론이 우세한 모습이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섣불리 동참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하다"면서 "보수적으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미국 역시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면서 "적극적으로 파병을 보내는 것보다 먼저 대의명분이 중요하다. 여러 나라도 동참하고 다국적군을 구성하려고 하는 경우는 대의명분적인 측면이 훨씬 더 크다"고 했다.

그런측면에서 그는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의원은 "이번에는 사실 전쟁 상황이고 또 다국적군에 편성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아마 법적인 검토를 해야 되겠지만 국회 동의를 받는 절차가 맞지 않나라고 생각한다"면서 "이것은 국회 동의를 받는 절차가 우리 국익 차원에서도 저는 낫다"고 말했다.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지목해 호르무즈 해협에 군 함정 파병을 요구했다"며 "우리 군을 파병하는 것은 우리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군사행동에 참여하는 순간, 대한민국은 이란의 직접적인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기업과 재외 동포, 영사 시설의 안전을 포기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맹의 이름으로 자국의 이익만을 강요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번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16일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해 즉각적인 국회 논의와 헌법이 정한 국회의 동의 절차를 준수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문제는 전투 개입 가능성 큰 지역에 우리 군을 파병하는 중대한 결정에 해당한다"며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인 사안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덴만에서 활동 중인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 배치하는 문제 역시 원래 파병 목적을 변경하는 군사 행동인 만큼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우리 장병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를 정부가 일방적으로 판단하거나 헌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결정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이란, 대화 준비 안돼 있는듯" 이란 외무 "美와 협상할 이유 없어"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모두 대화나 협상 의사가 없음을 밝혀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이란과 대화중이지만 이란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같은 날 미국과 협상할 이유가 없다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라그치 장관은 이날 미국 CBS방송 '페이스 더 네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코 휴전을 요청하지 않았고, 심지어 협상조차 요청한 적이 없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단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미있어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선택한 전쟁"이라며 "우리는 계속해서 자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얼마나 오래 걸리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준비가 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없는 불법 전쟁'이라는 점을 깨달을 때까지 계속해서 방어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과 관련해 아라그치 장관은 "우리는 미국과 대화해야 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하고 있다. 왜냐면 우리가 그들과 대화 중일 때 그들은 우리를 공격하기로 결정했고, 이것이 벌써 두 번째이기 때문"이라며 핵협상 진행 도중 이뤄진 미국의 공습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과의 대화에서 좋은 경험을 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가 다시 대화로 돌아가서 좋을 게 뭐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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