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가공식품 값 인하,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데스크칼럼]가공식품 값 인하,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

이데일리 2026-03-16 07:10:00 신고

3줄요약
[이데일리 유재희 생활경제부장] 최근 라면·식용유·제과 등 가공식품 가격이 일제히 내려가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에 민감한 소비자 입장에선 환영할 만한 변화다. 정부도 “민생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며 식품업계를 치켜세운다. 하지만 기업들 속은 그리 편치 않아 보인다. 일부 원재료 가격이 내려간 건 맞지만, 환율·물류비·인건비 부담은 여전히 높은 탓에 ‘울며 겨자 먹기식 인하’라는 푸념이 나온다.

한 대형마트에 라면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제는 낮은 수익률에 시달리는 식품업계를 계속 압박해 가격 인하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특정 업종이나 기업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가격을 내리라”고 요구하는 접근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또 다른 왜곡과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제 곡물 가격, 설탕·밀가루·전분당 등 원재료 가격이 내려갔으니 완제품 가격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제분·제당업계가 가격을 낮춘 뒤 빵값이 인하되고, 이를 계기로 라면·과자 가격 인하 논의로 확산된 흐름도 분명 존재한다. 다만 가공식품의 원가 구조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라면 한 봉지에는 밀가루 외에도 팜유·각종 유지류·포장재가 들어가고, 이들 상당수는 환율에 민감한 수입 원재료다. 여기에 물류비와 인건비까지 더하면, 일부 원재료 가격이 떨어졌다고 곧장 판매가를 낮추기는 어렵다.

물론 고금리·고물가로 지친 소비자 입장에서 “곡물값은 내렸는데 라면값은 왜 그대로냐”는 불만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특히 서민 가계에 라면·식용유·제과는 생활필수품에 가깝다. 정부가 이들 민감 품목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민의 ‘체감 물가 안정’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시장에만 맡겨둘 경우 가격 인하가 늦게, 혹은 부분적으로만 나타난다는 것도 과거 경험이 보여준다.

결국 필요한 것은 ‘정부 압박이냐, 완전 자율이냐’라는 논쟁이 아니라, 몇 가지 룰을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일 것이다. 우선 원가 연동의 투명성을 높이는 작업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주요 원재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하락했을 때 어느 정도, 어떤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지에 대한 기준을 업계가 자율적으로 제시하고, 정부는 그 이행 여부를 점검하며 통계와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또 가격 인하가 한쪽의 일방적 손실로 귀결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가 인하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할당관세, 물류 인프라 개선, 에너지 비용 완화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한다면, 기업도 수익성 악화를 감내할 명분과 여력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정치권의 언어도 압박형에서 협의형으로 옮겨갈 필요가 있다. 정부는 ‘기업들의 자발적 인하’를 강조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간담회·면담을 통한 강한 시그널이 작동했다는 인식이 적지 않다.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는 일은 국민의 삶을 지킨다는 점에서 분명 중요하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식품기업의 지속 가능성 역시 함께 고려돼야 한다. 수익성이 지나치게 훼손된 기업이 장기적으로 품질·안전·투자를 유지하긴 어렵다. 기업의 팔을 비트는 방식이 아니라, 원가·가격·지원의 연결 고리가 보이는 보다 세련된 물가 관리의 룰이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