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일부 단지는 매도 호가가 낮아지는 모습이 나타나지만 전세 등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앞지르는 현상이 1년8개월 만에 다시 나타났다. 임대료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전세가와 매매가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임차 수요 일부가 매매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3월 둘째 주(3~9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2% 상승했다. 2월 셋째 주 이후 3주 연속 0.08% 상승한 뒤 4주 만에 상승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0.08%로 6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했다.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을 넘어선 것은 2024년 6월 마지막 주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매매와 전세 가격 흐름이 엇갈리는 배경에는 매물 구조 변화가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날 7만 7156가구로 석 달 전(5만 7612가구)보다 33.9% 증가했다. 이는 작년 9월 28일(7만 7820가구)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5월 10일 매매 계약분부터 중과하겠다고 밝힌 데다 비거주 1주택자 양도세 강화, 초고가 주택 보유세 강화 등 정책 방향이 제시되면서 매물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달리 전월세 물건은 빠르게 줄고 있다. 이날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1만 7331건으로 석 달 전(2만 3263건)보다 25.5% 감소했다. 이는 2021년 초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월세 물건도 25.7% 줄어든 1만 5915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가 적용되면서 2년간 실거주 의무가 생긴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를 끼고 매수하는 거래가 줄어들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전세 물량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매매 둔화 속 전세 상승…시장 구조 변화
아파트 매도호가는 소폭 떨어지는 반면 시장에 나온 전세보증금과 월세는 오르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면적 59㎡ 매매 물건은 23억 5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올해 1~2월 최고가인 24억원에 거래됐던 데서 매도 호가가 5000만원 낮아진 것이다. 반면 같은 아파트 같은 평형 전세보증금 호가는 9억6000만원이다. 최근 3개월간 전세 보증금이 9억~9억5000만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눈높이가 높아졌다.
|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 49㎡(21평) 아파트도 매도 호가가 20억 8000만원까지 내려왔다. 1월 말 22억 5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낮은 가격의 매물이 나왔다. 같은 규모 전세보증금은 3월 7일 6억 3000만원에 계약됐고 현재 호가는 6억 3000만원에서 8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월세 상승률도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월세는 평균 150만 4000원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월세가격지수도 104.5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임대료가 오르는 반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중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은 여전히 저점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0.92%로, 집값 하락기였던 2023년 5월(50.87%)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이다. 특히 강남 3구와 용산구 등 주요 지역은 전세가율이 30~40%대에 불과해 매매가와 전세가의 간극이 매우 큰 상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낮은 전세가율이 시장의 불균형을 시사한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세는 매매보다 후행하는 성격이 있어 매매가가 먼저 움직인 뒤 전세가가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며 “전세가율이 30%대까지 추락한 것은 정상적인 시장 구조로 보기 어렵고, 이는 시장 왜곡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가율이 낮은 상태에서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매매가격과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임차 수요 일부가 매매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세 보증금 등 임대료에 자금을 더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갈아타기’ 수요가 고개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주거비 상승 부분들이 매매쪽으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누적되고 있다”며 “규제들이 내성이 쌓이거나 어떤 계기 등에 의해 매매 전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지만 규제가 강화되면 매매로 전환되는 시간은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