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편집위원 홀먼 W. 젠킨스 주니어는 14일(현지시간) 발행한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전략을 두고 “닉슨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젠킨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핵전쟁 가능성을 암시하는 위협적 언어를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수송을 방해하면 이란이 맞게 될 군사적 결과는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이 될 것이다”며 “국가로서 재건할 수 없게 될 것이다”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첫 임기 때부터 핵을 암시하는 강경 언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북한을 향해 “세계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를 경고한 발언이다.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인 핵위협은 1973년 닉슨 대통령이 마지막이었다. 이스라엘과 아랍국가 간 4차 중동 전쟁 당시 소련이 군사 개입을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닉슨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 경계 태세를 데프콘(DEFCON) 3로 격상했다. 이는 사실상 핵전쟁 가능성을 암시하는 신호였고 결과적으로 소련의 개입을 억제하는 효과를 냈다.
이 같은 위협은 냉전 이후 사실상 사라졌다. 미국과 소련이 핵전력을 비슷한 수준으로 보유하자 미국 대통령이 핵을 암시하는 위협을 하더라도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 통설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런 통설은 이상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는 물론 두 번째 임기에도 업데이트되지 않았다고 젠킨스는 지적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닉슨 대통령의 ‘매드맨 전략’을 따라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상대에게 자신을 비이성적이고 예측 불가한 사람으로 인식시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외교 전략이다.
젠킨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 완전히 ‘닉슨 모드’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닉슨 대통령을 자신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은 워터게이트 사태로 언론의 끊임없는 공격을 받으며 정치적 기반이 약해진 상황 속에서도 최고사령관으로서 권한을 과감하게 행사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저 수준의 국정 지지율을 기록한 가운데 군 통수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외교·안보를 지도자 개인 간 힘의 대결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그가 강한 미군의 군사 능력에 특히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젠킨스는 지적했다. 그가 정밀 유도무기를 통한 군사 타격으로 상대국 지도부의 계산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승리의 명분’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겠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은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젠킨스는 내다봤다. 그는 “주요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외교적 출구를 마련하지 못하면 긴장이 더 확대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중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인지 중국 정부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계기로 열릴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진행하길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