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건물은 왜 일본으로 갔나…‘관월당’ 100년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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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 건물은 왜 일본으로 갔나…‘관월당’ 100년 미스터리

뉴스컬처 2026-03-15 09:27: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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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100년 동안 바다를 건너 떠돌았던 조선의 건물이 마침내 고국으로 돌아왔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갔던 건물 ‘관월당’의 긴 여정을 추적하는 이야기가 방송을 통해 공개된다.

15일 방송되는 '역사스페셜-시간여행자' 13회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온 ‘관월당(観月堂)’의 유랑사를 집중 조명한다. 프로그램은 시간여행자 역할을 맡은 지승현과 함께 한 세기를 넘긴 건물의 이동 경로와 그 뒤에 숨겨진 역사적 맥락을 따라간다.

사진=역사스페셜
사진=역사스페셜

관월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목조건물로, 오랜 기간 존재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문화유산이다. 국내에서는 1988년 한 월간지 기사에서 처음 언급되며 학계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해당 글을 쓴 역사학자 이광린 교수는 관월당이 원래 경복궁의 부속 건물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실제로 대한제국 말기 궁궐 건물들이 대거 경매로 처분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대한매일신보 1910년 기사에는 궁내부가 경복궁 건물 수천 칸을 정리해 공원 조성을 추진하며 경매에 부쳤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 때문에 관월당 역시 당시 매각된 궁궐 건축물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제기된다.

건축 양식 역시 왕실 건물의 특징을 보여준다. 건물 지붕과 장식에 등장하는 운보문(雲寶紋)은 높은 위계의 건축물에서만 볼 수 있는 문양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파련대공 구조와 용무늬 암막새 등 주요 부재를 보면 궁궐 장인들이 제작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역사스페셜
사진=역사스페셜

그렇다면 이 건물이 일본으로 넘어간 배경은 무엇일까. 기록을 추적하면 일본 금융계 인물인 스기노 기세이(1870~1939)의 이름이 등장한다. 그는 일본 증권사 야마이치 증권 창업자이자 도쿄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금융가 거물이다.

관월당은 당시 조선식산은행을 통해 스기노에게 넘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스기노가 경영난에 처한 은행의 채권을 대량 매입하자, 은행 측이 감사의 표시로 건물을 건넸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후 관월당은 해체된 뒤 일본으로 옮겨져 그의 도쿄 저택 정원에 다시 세워졌다.

시간이 흐르며 관월당의 주인도 바뀌었다. 건강이 악화된 스기노가 요양을 위해 가마쿠라로 거처를 옮기면서 건물을 인근 사찰인 고토쿠인에 기증했다. 이곳에서 관월당은 관음보살상을 모신 건물로 사용되며 오랜 세월 일본에 남게 됐다.

그러나 이 건물의 귀환을 위해 움직인 인물이 있었다. 고토쿠인의 주지인 사토 다카오는 오래전부터 한국 반환 의사를 밝혀온 인물이다. 그는 학자로서 문화유산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기증을 추진했지만 일본 내 우익 단체 반대와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협상이 여러 차례 무산되기도 했다.

이후 한국의 국가유산청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현지 조사와 정밀 실측, 공동 연구 등을 진행하면서 반환 프로젝트가 다시 속도를 냈다. 결국 사토 주지는 조건 없이 기증을 결정했고, 건물 해체와 운송 비용까지 부담하며 귀환 작업을 도왔다.

연구팀은 관월당의 원래 위치도 추적하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곳은 서울 종로구 송현동 일대다. 이곳에는 대한제국 말기 권력 핵심 인물이었던 윤택영의 저택이 있었다.

순종의 장인이기도 했던 윤택영은 막대한 빚을 져 ‘부채왕’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연구진은 그가 채무 변제를 위해 건물을 조선식산은행에 넘겼고, 이것이 일본 금융가의 손을 거쳐 해외로 반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 밖에도 창의궁지나 월성위궁지 등 다른 후보지들도 거론되고 있으며, 연구진은 목재 연륜 연대 측정 등 과학적 분석을 통해 관월당의 정확한 기원을 찾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사찰에서 100년 가까이 머물다 고향으로 돌아온 관월당. 문화재 반환을 넘어 한일 문화 교류의 새로운 의미를 던지는 이 건물의 긴 여정은 15일 오전 9시 30분 방송되는 역사스페셜-시간여행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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