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SNS는 못 끊겠고 꿀잠은 자고싶다[사(Buy)는 게 뭔지]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커피·SNS는 못 끊겠고 꿀잠은 자고싶다[사(Buy)는 게 뭔지]

이데일리 2026-03-15 09:26:45 신고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사(Buy)는 게 뭔지:사는(Live) 게 팍팍할 때면, 우리는 무언가를 삽니다(Buy). 경제지 기자가 영수증 뒤에 숨겨진 우리의 마음을 읽어드립니다. 다이소 품절 대란부터 무신사 랭킹 1위까지. 도대체 남들은 뭘 사고, 왜 열광할까요? 물건의 스펙보다는 ‘그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합니다. 장바구니를 보면 시대가 보이고, 결제 내역을 보면 내 마음이 보이니까요. 소비로 세상을 읽는 시간, <사(buy)는 게 뭔지> 입니다.

수면부족. (사진=연합뉴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3월, 춘곤증이 몰려올 시기지만 요즘 2030 세대는 그저 하품만 하며 버티지 않는다. 인체공학적 설계가 들어갔다는 경추 베개 20만원,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는 수면 영양제 5만원, 빛을 완벽히 차단하는 암막 수면 안대 3만원. 이 영수증들은 오늘 밤 완벽한 꿀잠을 자겠다는 적극적인 투자의 결과물이다. 매일 덮고 자는 이불과 베개에 수십만 원을 태우는 수면 쇼핑이 유통가의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15일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이 시장 규모는 2011년 약 4800억원에서 지난해 약 5조원으로 10배 이상 커진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6조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침실에서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하고, 수면의 질을 최대한 높이려는 ‘슬립맥싱(Sleep Max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다.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이유는 명확하다. 아침 출근길부터 들이켜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활력,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즐기는 숏폼과 영상 콘텐츠의 달콤함을 굳이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불면증을 피하려면 무조건 커피를 끊고 일찍 불을 끄라는 금욕적인 조언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의 2030 세대는 일상의 즐거움과 업무의 능률을 억지로 포기하는 대신, 자본과 장비의 힘을 빌려 수면의 질 자체를 최고치로 끌어올리는 선택을 하고 있다.

2030 세대에게 잠은 더 이상 방치해 두는 수동적인 휴식이 아니다. 내 몸에 딱 맞는 비싼 장비를 세팅하고 짧은 시간에도 고효율을 뽑아내는 능동적인 자기 관리의 영역이 되었다. 하루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수면 시간을 완벽하게 통제함으로써 나머지 3분의 2의 삶을 더 활기차게 밀도 있게 채우겠다는 가치 소비인 셈이다.

이 소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다름 아닌 시간의 가성비, 즉 시성비다. 물리적인 수면 시간을 마냥 늘릴 수 없다면 주어진 짧은 수면의 밀도를 최고치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20만원이라는 초기 비용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1년 365일 매일 밤 사용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수면 투자 비용은 500원 남짓에 불과하다. 매일 단돈 500원으로 밤새 뒤척이는 버려진 시간을 지워내고 다음 날 아침의 맑은 집중력과 최상의 컨디션을 확정적으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확실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일상 속 우량주 투자는 없는 셈이다.

당장 오늘 밤에도 전국의 수많은 원룸에서는 20만원짜리 베개에 머리를 뉘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청춘들이 수두룩할 것이다. 아침에 때려 넣은 스리샷 아메리카노의 각성 효과와 잠들기 직전까지 뿜어지는 숏폼 알고리즘의 유혹을 20만원짜리 자본주의 베개가 과연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일의 월급을 무사히 벌러 가려면 오늘 밤 어떻게든 눈을 감고 장렬하게 기절해야만 한다. 한낮의 생명수인 커피와 한밤의 도파민인 릴스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다면, 최후의 보루로 내 머리 밑에 최고급 수면 에어백이라도 든든하게 깔아두는 수밖에 없다. 오늘 밤도 카페인과 장비빨 사이에서 치열한 줄타기를 하며 침대 위로 다이빙할 모든 30대 직장인들의 성공적인 기절을 응원한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