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행동학자가 분석한 Z세대…신간 '경험수집가의 시대'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금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경험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 실험을 한다. 경험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자신을 산다."
소비행동학자인 송수진 고려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교수는 신간 '경험수집가의 시대'(청림출판)에서 Z세대를 '경험수집가'라는 새로운 소비 인류로 규정한다.
비싼 돈을 내고 미슐랭 레스토랑에 가고, 팝업스토어나 블루리본 카페 앞에서 수십 분씩 줄을 서는 이들을 두고 기성세대는 종종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음식 맛 때문이 아니라고 설명한다. 거기에는 그 공간, 형식, 서사가 만들어내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욕구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소비자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세계를 보고 싶은지, 어떤 버전의 '나'가 가능한지를 경험을 통해 시험한다. 요리쇼, 해외감성의 카페, 미식 공간, 공연·전시·스포츠 관람 모두 그 시험의 일부이다."
이러한 현상은 Z세대가 개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는 점과 맞닿아있다. 이들은 자기만의 것, 고유한 것, 희소한 것을 좋아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화려한 색깔, 만화 같은 그림체, 특정 매력을 과하게 강조한 캐릭터 등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멋지다고 여긴다. 새빨간 꽃무늬 패턴이 들어간 '할머니 조끼'가 유행하는 등 복고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류가 '그건 안 어울려. 촌스러워. 이상해'라고 규정한 이미지에 Z세대는 오히려 '신선한 멋짐, 힙함, 일종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평가한다. 그 이미지가 주류 질서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낸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차별화 욕구'는 상품을 살 때도 자신에게 맞는 답을 원하게 만든다. 기술력 향상으로 대부분의 제품은 이미 충분히 좋기에 이제는 취향, 스타일 같은 것이 소비의 새로운 기준이 된다.
퍼스널 컬러 진단에 돈을 기꺼이 지불하는 것도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나에게 맞는 최선을 찾고 싶다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경험을 기록하고 전시하는 개인 미디어의 확산도 이들이 경험을 수집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금의 소비자는 감정 낭비, 시간 낭비, 관심 낭비를 극도로 싫어한다. 대신 그렇게 아껴둔 감정과 시간, 관심을 자기가 좋아하는 일, 의미 있다고 느끼는 경험에 집중적으로 사용한다."
저자는 이제 이 같은 태도를 이해하고,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수집하고 싶은 경험을 설계하는 브랜드만이 선택받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240쪽.
kj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