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철학 '거두' 하버마스 별세…전후 독일 '지적 방향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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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철학 '거두' 하버마스 별세…전후 독일 '지적 방향타'(종합)

연합뉴스 2026-03-15 01:54: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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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론장' '의사소통 합리성' 개념 천착…20세기 지성사에 큰 획

'홀로코스트' 과거사 참회 강조 등 현실 정치에 적극적 목소리

2003년 국보법위반 구속기소 된 제자 송두율 구명 운동에도 앞장

201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강연 중인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13년 그리스 아테네에서 강연 중인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독일의 사회철학 '거두' 위르겐 하버마스가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독일 dpa통신 등이 전했다.

독일 출판사 수어캄프는 하버마스가 14일(현지시간) 독일 남동부 바이에른 주의 슈타른베르크에서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

하버마스는 "19세기에 마르크스가 있었다면 20세기에는 하버마스가 있다"고 일컬어질 만큼 현대 서구 지성사에 큰 획을 그은 지식인으로 평가된다.

dpa는 그가 '공론장'(public shere)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민주사회를 조직하는 데 가장 적합한 담론의 형태를 탐구하면서 전후 독일의 지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짚었다.

로이터는 18세기 유럽 부르주아 살롱에서 시작된 '공론장'이 20세기 들어 대중 매체가 지배하는 공적 공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한 하버마스의 메시지는 나치 독일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롭게 정치 토론을 접한 전후 서독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1929년 6월 독일 뒤셀도르프의 중산층 개신교 가정에서 출생한 그는 취리히, 본 대학 등에서 철학, 심리학, 독일 문학, 경제학 등을 두루 공부했다. 이후 언론인으로 활동하다가 유럽 진보 운동의 '사상적 뿌리'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요람 프랑크푸르트사회연구소에서 1950년대부터 본격적인 학문적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스승 테오도르 아도르노의 비판 이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그는 '의사소통 합리성', '생활세계' 등의 개념을 통해 사회철학을 넘어서 20세기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1981년 출간된 대표작 '의사소통 행위이론'은 현대 철학의 기념비적인 저작으로 평가된다.

그는 상아탑에만 머물지 않고 수십 년 동안 현실 정치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며 독일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현실 참여형 지식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하버마스의 전기 '철학자'(The Philosopher)의 저자 필립 펠쉬는 이런 그를 전후 독일 사회를 각성시킨 '대중 교육자'와 같은 존재로 평가하기도 했다.

1980년대 독일 일부 역사학자들이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이 유럽의 전쟁과 폭력이라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자, 하버마스는 역사적 과오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과거사 청산'(Vergangenheitsbewaltigung)을 독일 국가 정체성의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독일 사회는 이런 논쟁을 거쳐 과거의 과오를 끊임없이 참회하고, 사죄하는 '참회 문화'를 내재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버마스는 독일 사회에 최근 나치에 동조적인 극우 정권의 세력이 급부상하며 참회 문화가 도전받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자신의 지도 아래 박사 학위를 딴 제자 송두율 독일 뮌스터 대학 교수가 200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 되자 서울지법에 송 교수 석방을 위한 탄원서를 보내는 등 구명 운동에도 앞장서 국내에도 친숙하다.

하버마스는 또한 유럽의 통합이야말로 독일 민족주의의 부활을 막는 안전장치로 보고 유럽의 결속과 통합을 강하게 지지하는 '유럽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통합을 공고히 하기 위해 EU 전체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투표를 실시할 것을 2007년 제안했다. EU가 직접 선거로 EU 대통령을 선출하고 공동의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외무장관직을 설치하는 등의 문제를 EU 국민 전체의 투표에 부치자는 것이었다.

종교의 세속화를 지지하던 그가 말년에는 종교가 현대 사회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은 흥미로운 변화로 꼽힌다고 로이터는 소개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중한 군사 지원을 지지하고, 러시아와 협상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해 우크라이나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당시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하버마스를 '독일 철학의 수치'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한편, AP통신은 하버마스가 선천적인 구개열을 안고 태어나 어린 시절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며 이런 경험이 언어와 의사소통에 대한 그의 철학적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문학과 영화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 본 대학 동창생 우테 베셀회프트와 1955년 결혼해 작년에 아내가 먼저 별세할 때까지 70년을 해로한 그는 슬하에 세 자녀를 뒀다. 이 가운데 역사학자였던 막내딸은 2023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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