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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리쌤'은 경북 문경에 있는 용흥초등학교 방과후 연극부 선생님이다. 이름은 김태리. 직업은 배우. 연기가 너무 좋아서 배우가 됐고, 자신이 그렇게도 사랑하는 연극에 대해 늘 생각했다. 이것을 조금 더 어릴 때 알았다면 좋았을걸. 그 생각으로 연극반 선생님이 됐다. 아이들에게 '내가 그렇게도 사랑하는 연극'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그렇게 연극반 선생님이 됐다. 그것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태리쌤이 그렇게도 사랑하는 연극'을 아이들에게 아무렇게나 가르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 딸 또래의 아이들이 '연극'을 접하는 과정에 함께하기 위해 9세 딸과 함께 보기 시작했다.
tvN '방과후 태리쌤'은 용흥초등학교 뒤편에 있는 버섯집에서 생활하는 태리쌤(김태리), 감자쌤(최현욱), 그리고 북극쌤(강남)의 이야기와 함께 아이들과 연극반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주로 이들은 삶을 살아가며,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갈지 준비하고, 그 준비를 토대로 연극반 수업은 진행한다.
태리쌤은 선생님들 중 가장 먼저 용흥초등학교에 도착해 아이들과 만난다. 두 번째 수업에 감자쌤(최현욱), 이후 북극에서 온 북극쌤(강남)까지 합류하며 세 명의 선생님이 완성됐다. 태리쌤이 홀로 이끈 첫 수업은 배우 김태리가 수많은 연극 연출가와 선배이자 동료 배우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준비됐다. 그 속에서 문제는 태리쌤의 마음이 두 가지라는 거다. "아이들에게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너무너무 힘이 될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와 "공연다운 공연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다. "구려(못나) 보이기 싫어!"라고 외치는 그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 그는 치열하게 충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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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업을 같이 본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은 만족했다. 무엇보다 함께 보면서 태리쌤이 이끄는 것들을, 시간을 들여 같이 할 수 있었다. 태리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자기소개를 한다. "산을 좋아하고"라고 이야기할 때는 두 팔로 크게 산을 만든다. 아이들도 같은 방식으로 자기를 소개한다. "철봉을 좋아하고"라고 말하는 아이는 투명 철봉에 매달리는 흉내를 내고, 태리쌤과 나머지 학생들은 이를 따라 한다. 그렇게 연극반 학생들은 서로가 좋아하는 것들을 몸으로 익혔다. 9살 딸은 "강아지를 좋아하는"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며 강아지 흉내를 냈다. 그러면 이를 본 가족이 함께 강아지 흉내를 냈다. 그 순간 알았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함께 몸을 움직이는 것이 훨씬 빠르게 마음을 연결한다.
그렇게 좋아하는 것이 스며든 아이는 수업 외의 '방과후 태리쌤'의 시간도 보고 싶어 했다. 계속 부딪히며 싸우는 태리쌤의 고뇌까지 아이에게 보여줄까 싶었다. 공연이 결과고, 수업이 그 과정이라고 생각했는데, 딸의 생각은 수업이 결과고, 태리쌤의 준비가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같이 보기 시작했다. 그러며 좀 더 화두가 넓어졌다. 아이는 "우리 선생님이 이렇게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시는구나"라고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태리쌤과의 갈등 속에서 감자쌤(최현욱)이 한 말 "내가 어떻게 누나를 100% 만족시켜요"라는 말이 자신의 마음 같다고도 했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해내고 싶은 일에 대한 화두가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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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리쌤(김태리)은 '멋진 공연'을 위한 '완벽한 수업'을 하고 싶다. 공연까지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에 항상 마음이 바쁘다. 아이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고, 잘 알고 싶다. 그러면서도 완벽한 공연을 올리고 싶다. 반면, 감자쌤(최현욱)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야외 수업에서도 감자쌤이 수업 내용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도시락과 따뜻한 겉옷이다.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마음을 안다. 그렇기에 북극쌤(강남)이 도착해서 "아이들과 헤어질 때 눈물을 보는" 바람은 이미 이뤄졌는지도 모르겠다.
김태리가 열연한 '리틀 포레스트' 같은 평온한 나날들은 아니다.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다. 태리쌤과 감자쌤이 함께 나선 나들잇길은 어느새 연극반 아이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진다. 하고 싶은 일과 잘 해내고 싶은 일, 서로 다른 방향처럼 보이던 마음은 결국 같은 곳으로 흐른다. 배역을 두고 학생 효민 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태리쌤의 굵은 눈방울은 그를 '선생님'으로 한 발 더 성장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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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방과후 태리쌤'은 연극반 아이들의 성장기가 아니다. 한 번도 선생님인 적 없던 그들을 선생님이라 부르는 아이들로 인한, '선생님들의 성장기'다. 누구나 '성장'의 과정에 '성장통'이 따른다. 이를 '방과후 태리쌤'의 세 사람은 여과 없이 보여준다. 그토록 만들고 싶었던 완벽한 연극은 무대 위가 아니라, 그들이 함께 걸어온 시간 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올린 공연 ‘오즈의 마법사’처럼.
한편, 태리쌤(김태리)과 감자쌤(최현욱)과 함께 북극쌤(강남)의 본격적인 수업 합류, 그리고 음악 감독 코드쿤스트의 등장 등 새로운 볼거리가 더해지는 tvN '방과후 태리쌤'은 매주 일요일 밤 7시 4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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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