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유로존 산업생산이 시장 예상과 달리 감소하면서 유럽 경제 회복 기대에 다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동 전쟁 여파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 비용과 산업 수요 모두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 통계청인 유로스타트(Eurostat)는 13일(현지시간) 유로화를 사용하는 21개국의 1월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1.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0.6% 증가를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산업생산은 지난해 12월 0.6% 감소에 이어 두 달 연속 줄어든 것이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도 산업생산은 1.2%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4% 증가와 크게 엇갈린 수치다.
유로존 주요 국가 가운데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핵심 제조국들의 생산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위 5개 경제권 중에서는 프랑스만 증가세를 보였다.
이번 지표는 유로존 산업 부문이 장기간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높은 에너지 비용과 중국과의 경쟁 심화, 미국의 고관세 정책, 생산성 증가 둔화, 글로벌 자동차 수요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산업 생산은 최근 몇 년간 부진을 이어왔다.
현재 유로존 산업생산 수준은 여전히 2021년 대비 약 3% 낮은 수준이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독일 산업생산은 2021년 대비 약 9% 낮은 상태이며 신규 주문도 둔화해 단기간 내 회복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1월 산업생산 감소에는 특정 국가의 영향도 컸다. 아일랜드의 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9.8% 급감하면서 전체 수치를 크게 끌어내렸다. 아일랜드는 세제 혜택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생산 통계 변동성이 큰 국가로 알려져 있다.
품목별로 보면 에너지 생산은 증가했지만 소비재와 자본재 생산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의약품 생산을 포함한 비내구재 소비재 생산이 전월 대비 6% 줄었고 자본재와 중간재 생산도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 같은 흐름에 따라 유로존 제조업에 대한 낙관론도 약해지고 있다. ING는 “유로존 제조업에 대한 낙관적 기대가 줄어들고 있으며 1월 산업생산은 202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가격 급등이 유럽 산업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는 “이란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미 어려운 산업 환경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역시 “2025년 말 나타났던 경기 순환적 반등 조짐이 중동 전쟁으로 다시 약화할 위험이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 산업 구조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도 문제로 꼽힌다. 유럽은 천연가스와 석유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순수입 지역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충격에 특히 민감하다.
실제로 올해 들어 국제 유가는 약 70% 상승했고 천연가스 가격도 약 80%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기업의 생산비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가계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산업 수요까지 압박하는 이중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 정책 당국은 그동안 생산성 개선과 산업 정책을 통해 2026년을 산업 회복의 출발점으로 기대해 왔다. 그러나 1월 산업생산 감소와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겹치면서 유럽 산업의 회복 전망에는 당분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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