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는 잠들 때까지 인스타그램을 보곤 했다. 한밤중에 깨서 알림을 확인했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앱을 열었다. 어느 날은 인스타그램에 16시간을 쏟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만 시간을 쓰느라 가족과의 교류를 끊게 됐어요." 칼리는 세계 최대 기업 중 두 곳인 메타와 구글을 상대로 한 역사적 소송에서 로스앤젤레스 배심원단에게 이렇게 말했다.
초기 소송에는 틱톡과 스냅챗도 포함돼 있었지만, 두 회사는 법정 밖에서 합의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이름과 이니셜만 공개된 칼리의 사례는 소셜미디어가 가장 어린 이용자들의 정신 건강에 해를 끼쳤다는 의혹과 관련해 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2000 건이 넘는 유사 소송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첫 사례이자 선례가 될 가능성이 있어 이번 5주간의 재판은 소셜미디어가 자녀를 해쳤고 심지어 자살로 내몰았다고 믿는 법률 전문가와 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로리 쇼트는 이번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지만 로스앤젤레스 재판을 며칠 동안 직접 방청했다. 그의 딸 애널리는 18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쇼트는 인스타그램이 젊은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심리적으로 해로운 콘텐츠에 노출되도록 했다고 주장한다.
쇼트는 "그들이 연구 결과를 숨겼다. 중독성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랬다. 우리에게 잘못된 안전감을 주었다"며 재판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BBC에 설명했다.
"홍보팀은 마치 세상이 사탕과 유니콘으로 가득한 것처럼 우리를 설득하려는 것 같았습니다."
높은 위험이 걸린 재판
이번 사건의 핵심은 칼리가 소셜미디어에 중독되었는지, 그리고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플랫폼을 중독성을 갖도록 설계했는지 여부다. 만약 그렇다면 배심원단은 그러한 설계로 인해 피해를 봤을 가능성이 있는 칼리와 같은 청소년들에게 기업들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번 재판은 메타, 구글 등 소셜미디어 기업들에 큰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이다.
이번 사건의 주요 법적 쟁점, 즉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젊은 이용자들에게 중독성을 유발하며 의도적으로 그렇게 설계됐다는 주장 등은 "완전히 전례 없는 일"이라고 캐럴린 쿨 판사는 재판 내내 여러 차례 언급했다.
결과의 파장이 큰 만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왓츠앱을 보유한 메타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직접 법정에 출석해 자사 플랫폼을 변호했다. 그의 회사가 과거 수백 건의 소송을 당했음에도 법정에서 직접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약 배심원단이 칼리의 손을 들어준다면 플랫폼을 단순히 인간 활동이 모이는 공간으로 간주해 온 수십 년간의 법적·문화적 선례가 흔들릴 수 있다.
또 메타 같은 기업들이 역사적 규모의 합의금을 지급해야 할 가능성도 열리게 된다.
현재 미국 법원에서는 칼리의 사건과 유사한 수천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며, 이번 첫 재판의 결과는 유사한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로스앤젤레스 배심원단이 칼리 사건에서 메타나 구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더라도 최근 몇 년 사이 대형 기술 기업들을 향한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은 커지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이용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지 않지만, 청소년들의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와 아동 자살 증가가 이어지면서 부모와 정부는 어린 청소년과 아동의 소셜미디어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플랫폼이 아이들을 비현실적인 외모 기준에서부터 성범죄 위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아론 핑 역시 이번 재판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그의 아들 에이버리는 16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핑은 BBC에 "모험을 함께 하던 아들이었는데, 나중에는 유튜브 사용 문제로 자주 다투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 상담교사들과 함께 화면 사용 시간을 정하는 합의를 만들었어요. 일정한 양의 화면 시간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정했습니다."
메타와 유튜브는 쇼트와 핑의 경험과 관련해 BBC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칼리는 법정에서 자신이 여섯 살 때 유튜브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은 아홉 살 때 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13세 미만 이용자의 플랫폼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유튜브는 유튜브 키즈와 같은 어린이용 버전을 별도로 제공하고 있다.
칼리는 자신이 올린 콘텐츠에 더 많은 '좋아요'와 반응을 얻기 위해 두 플랫폼에서 수십 개의 계정을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에는 셀피를, 유튜브에는 노래하는 영상을 올렸다. 칼리는 사람들에게서 호감을 얻고 인정받고 싶어 했다.
자신의 콘텐츠를 올리지 않을 때면 그는 인스타그램을 계속 넘겨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몇 시간씩 시청했다. 점점 밖에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었고, 오프라인에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칼리는 약 10살 무렵 처음으로 불안과 우울감을 느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후 몇 년 뒤 치료사에게 이러한 장애 진단을 받게 됐다.
또 자신의 외모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기 시작한 직후부터 코를 더 작게 보이게 하거나 눈을 더 크게 보이게 하고 화장을 더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필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칼리는 이후 자신의 외모를 과도하게 걱정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는 모습과 다르게 스스로를 인식하는 신체이형장애 진단을 받았다.
칼리의 변호사 마크 라니어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기 전에도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는지 묻자, 칼리는 "없었다"고 답했다.
'문제가 있는 사용'일까, 아니면 중독일까?
메타 측은 칼리의 정신 건강 문제가 개인적인 삶과 성장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며, 인스타그램 사용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인스타그램 책임자인 아담 모세리는 법정에서 칼리가 인스타그램을 16시간 사용한 사실만으로는 중독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소셜미디어에 쓰는 행위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마크 저커버그는 네 명의 개인 경호원에 둘러싸여 법정에 들어와 증언하며, 자사 플랫폼은 항상 13세 미만 사용을 금지해 왔다고 여러 차례 반복했다.
소송 과정에서 제출된 여러 내부 문서에서는 메타 경영진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수백만 명의 어린이에 대해 논의하고, 어린이 이용을 늘리는 방안을 계획하거나 긍정적으로 평가한 내용이 드러났다. 이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자 저커버그는 짜증을 보였다.
그는 "왜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관된 정책은 그들은 허용되지 않으며, 우리는 그들을 제거하려고 노력한다는 겁니다. 완벽하진 않지만요."
칼리 측 변호인은 유용한 플랫폼을 만들려는 것이 메타의 유일한 목표였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용으로 이어진다는 저커버그의 주장을 따져 물었다.
라니어는 중독 또한 사용량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했고, 저커버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그에 대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여기에 적용되는지는 모르겠다. 단지 서비스를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 측 변호인들이 소셜미디어 중독 문제에 초점을 맞춘 것은 쉽지 않은 주장일 수 있다. 이 질환이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메타 측 변호인들이 칼리를 치료했던 치료사에게 질문했을 때, 그는 칼리에게 소셜미디어 중독 진단을 내린 적이 없다고 인정했다.
메타의 주장은 주로 칼리의 가정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때로는 칼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을 언급하며, 부모가 불안정하고 그의 외모를 비판했으며 때로는 정서적·언어적·신체적 학대를 했던 상황을 겪고 있던 소녀의 모습이었다고 주장했다.
회사가 배심원단에 제기한 핵심 질문은 칼리의 정신 건강 문제가 소셜미디어 사용 때문에 분명히 발생한 것인지 여부였다. 동시에 다른 많은 요인이 원인이었을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법적 책임에서 'but for'(그 행위가 없었더라도 피해가 발생했을까?) 테스트로 알려진 기준이다. 피고의 행동이 없었더라도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라면, 그 피해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현재 칼리는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학교에 다니면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소셜미디어 사용은 계속되고 있으며, 그는 법정에서 소셜미디어 관리 분야에서 일하는 것에도 관심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같은 플랫폼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삶이 더 나았을 것 같으냐는 질문에 칼리의 답은 단호했다.
"네."
이 기사 작성에는 케이티 베일스, 피터 보우스, 리건 모리스가 참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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