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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사업시행자 회사들은 서울 서초구 소재 약 8,675㎡의 토지를 도로 부지로 서울특별시에 기부채납하겠다고 확약하며 2009년 실시계획인가를 받았다. 도로 공사는 2013년 완료되었으나, 회사들이 2014년 파산하면서 기부채납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서울특별시는 해당 부지를 계속 도로로 사용하였다. 이후 2016년 공매로 토지를 취득한 원고들이 서울특별시를 상대로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다.
1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원고 승소로, 약 354억 원의 반환을 명하였다. 반면 2심 서울고등법원은 기부채납 확약과 공매 취득 경위를 근거로, 원고들이 사용·수익 제한이라는 부담을 승계한 특정승계인에 해당한다며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2025년 1월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이 문제 삼은 핵심은 토지 소유자가 자기 땅에 대한 독점적·배타적 사용·수익권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네 가지 점을 지적하였다. 첫째, 기부채납 확약은 사업 완료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시계획인가가 기간 만료로 효력을 잃은 이상 독립적인 권리 포기 의사표시로 볼 수 없다. 둘째, 행정청이 인가 조건으로 기부채납을 요구한 것은 사업 승인을 위한 행정적 요건일 뿐이므로, 그것만으로 토지 소유자가 스스로 사용·수익권을 포기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셋째, 파산 기간 중 관리인 등이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지 않은 것은 사업을 존속시키려는 실무적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권리 포기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넷째, 공매에서 낮은 가격에 낙찰되었다는 사실이 반드시 사용·수익권 제한을 감안한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 또한 특정승계인이 부담을 인수하려면 원소유자의 유효한 권리 포기가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 전제 자체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승계 논리도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번 판결에서 토지 소유자들이 알고 있으면 유익한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무단 점유에 대해서는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청구가 적합한 수단이다. 손실보상청구는 적법한 수용 절차가 있을 때 쓸 수 있는 것이어서, 절차 없이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곧바로 활용하기 어렵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소멸시효다.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일반 민사채권과 달리 5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무단 점유 사실을 알았다면 서둘러야 한다. 매년 1년치 청구권이 조용히 소멸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종전 소유자가 기부채납을 확약했거나 토지사용승낙서를 써준 사실이 있더라도 그 근거가 된 인가가 효력을 잃었다면 사법상 완전한 권리 포기로 단정할 수 없으니 이 점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 판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부채납 약정을 방패막이 삼아 사유지를 사실상 무상으로 사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동시에, 헌법 제23조 제3항이 선언하는 정당한 보상의 원칙이 공익의 이름 아래 희석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이 메시지는 유사한 분쟁을 안고 있는 전국의 토지 소유자들에게도 유효하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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