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의 한 아파트 앞 야산에서 정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새하얀 동물이 포착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AI 툴로 제작한 자료 사진
주민이 산책을 마친 뒤 집에 올라와 베란다 밖을 바라보다 우연히 발견한 이 동물은, 예로부터 길조이자 영물로 여겨져온 ‘흰 노루’로 추정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기하다고 몰려가면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과도한 관심을 경계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8일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의 한 야산에서 온몸이 흰색인 노루 1마리가 목격됐다. 발견 장소는 반곡동 인근 한 아파트 앞에서 약 100m 떨어진 야산이었다. 평범한 도심 풍경 속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순백색 야생동물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전설 속 동물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실제 발견 장면은 더욱 극적이었다. 해당 주민은 "산책을 마치고 아파트로 돌아와 베란다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 멀리 야산에서 흰색 작은 물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고, 휴대전화 카메라 줌 기능을 이용해 촬영하고 보니 흰 노루였다"고 말했다. 일상적인 순간, 무심코 밖을 바라보다 포착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놀라움은 더 컸다.
'전설 속 영물인가?' / 연합뉴스
주민이 촬영한 흰 동물은 온몸에 별다른 무늬가 없고, 매끈한 흰 털로 덮여 있었다. 체형만 보면 영락없는 노루였고, 머리에 뿔이 난 것으로 미뤄 수컷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이번이 첫 사례도 아니다. 2023년에도 이번 발견 지점과 멀지 않은 곳에서 흰 노루가 목격돼 큰 관심을 끈 바 있다. 같은 지역권에서 비슷한 개체가 다시 포착됐다는 점은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흰 노루는 오래전부터 특별한 상징성을 지닌 존재로 받아들여져 왔다. 고구려 유리왕 설화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와 상징의 층위가 깊고, 민간에서는 좋은 소식이나 행운을 가져다주는 영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흰 노루가 나타났다는 소식만으로도 지역 주민들이 반색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신비로움과 달리, 생태학적으로는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개체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포착된 노루가 선천적으로 멜라닌 색소가 결핍돼 나타나는 백색증, 이른바 알비노 증후군을 지닌 희귀 개체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멜라닌 색소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털이나 피부가 희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매우 드물게 확인되는 사례다.
도심 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흰 노루 / 연합뉴스
알비노 개체는 색소 문제 외에 다른 장기 기능까지 반드시 이상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야생에서는 훨씬 더 불리한 조건에 놓이기 쉽다. 몸 색깔이 눈에 잘 띄는 만큼 포식자에게 노출될 위험이 크고, 주변 환경에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해 생존 경쟁에서도 불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이런 개체를 두고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우려되는 건 사람들의 관심이 자칫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이한 외형 때문에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가 몰리거나,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려는 행동이 반복되면 동물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경계심이 흐트러지면서 정상적인 먹이 활동과 이동 경로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알비노처럼 원래도 외부 환경에 취약한 개체는 인간의 접근과 소음, 먹이 주기 같은 인위적 개입이 더 큰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슷한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8년 설악산에서는 알비노 다람쥐가 발견됐고, 3년 전 춘천에서는 흰 참새가 주택가에 나타나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흰 참새 사례에서는 사진 촬영을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연출을 위해 먹이를 주는 행동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야생동물 학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희귀하다는 이유만으로 몰려드는 시선이 보호가 아니라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였다.
설악산서 발견된 알비노 다람쥐 /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제공, 뉴스1
전문가들은 이번 흰 노루 역시 지나친 관심보다 거리 두기가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발견하더라도 가까이 다가가거나 먹이를 주지 말고, 충분한 거리를 둔 채 조용히 지켜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자체와 야생동물 보호기관이 희귀 개체 발견 시 신속한 현장 점검과 접근 통제, 위치 비공개 권고 같은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설 속 영물처럼 보이는 이 흰 노루는 결국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니라, 더 세심한 보호가 필요한 희귀 야생동물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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