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30만시대]②"주 40시간 일할 때도"…공부 대신 '알바'에 방점 둔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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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30만시대]②"주 40시간 일할 때도"…공부 대신 '알바'에 방점 둔 유학

연합뉴스 2026-03-14 05:00:06 신고

3줄요약

일손 필요한 지자체·돈 필요한 유학생…"유학생 없으면 장사 힘들어"

'알바 유학생'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도…유학생 출신 불체자, 3.4만명 '10년새 5배↑'

"공부 열심히 하면 韓취업 선례 쌓여야"…법무부 "학업 지장없는 선에 근로 허용이 원칙"

속초중앙시장으로 일하러 갑니다 속초중앙시장으로 일하러 갑니다

(강원 고성·속초·강릉=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난 2월 23일 강원 고성 경동대 글로벌 캠퍼스 부근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속초중앙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있다. 2026.02.23 shlamazel@yna.co.kr

(강원 고성·속초·강릉=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속초중앙시장에 '알바'하러 갑니다. 방학 때라 근무 시간이 더 길어요."

지난 2월 23일 오후 1시께 강원 고성 경동대 글로벌 캠퍼스 부근에 있는 한 버스정류장은 방글라데시와 네팔 등에서 온 이 학교 출신 유학생 10여명으로 빼곡했다.

여기서 약 7㎞ 떨어진 속초중앙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이다.

경동대 정보통신기술(ICT) 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네팔 출신 유학생은 "방학 때라 근무 시간이 길다"며 "하루에 7시간 정도 일하니, 1주일에 30∼40시간은 속초중앙시장에서 근무한다"고 말했다.

시장에 있는 오징어순대를 파는 식당에서 일한다고 밝힌 그는 "음식을 조리하고 손님도 접대한다"며 "월 200만원 정도 벌어서 생활비와 등록금에 보태고, 고국에 사는 가족에게 송금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튀김 파는 유학생들 튀김 파는 유학생들

(강원 고성·속초·강릉=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지난 2월 23일 강원 속초중앙의 한 튀김 가게에서 외국인 유학생들이 일하고 있다. 2026.02.23 shlamazel@yna.co.kr

◇ 책·펜 대신 주방기기 잡은 유학생들…"이들 없으면 장사 자체가 힘들어"

한국어나 한국 문화를 배우고, 학위를 취득해 모국이나 한국 등 전 세계에서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하는 외국인 유학생 제도가 학업이 아닌 '근로'에 방점을 둔 채 퇴색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부·일을 병행해야만 하는 외국인 고학생의 현실과 구인난에 시달리는 지역 경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들이 또 다른 이주노동자가 아닌, '학생'으로서 한국에 체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가 펴낸 '체류 자격별 안내 매뉴얼'을 보면 ▲ 업무와 전공 간에 연관성이 있거나 학업과 병행 가능한 활동 ▲ 사회 통념상 학생이 통상적으로 행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활동에만 유학생의 취업을 허용하고 있다.

대학교 1∼2학년의 경우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 사회통합프로그램 3단계 이상 이수, 세종학당 중급1 이상을 이수했을 때 주중에는 25시간, 주말이나 방학엔 별도의 시간제한이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근무 시간은 주 10시간으로 제한된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유명무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주는 일손이 부족하고, 돈이 더 필요한 유학생은 일을 더 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속초중앙시장에서 튀김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유학생이 없으면 장사 자체가 힘든데, 구체적인 규정은 잘 모른다"며 "한국인은 힘들고 위험하다는 이유로 이 일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이 씨의 가게에서 근무하는 직원 대부분은 외국인 유학생이었다. "튀김 팔아요"라고 손님을 불러 모으는 일을 비롯해 요리와 각종 뒷정리가 이들의 차지다.

강원 강릉시에 있는 강릉중앙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각종 부각을 만들거나 닭강정을 튀기고, 과즐 반죽을 치대는 일은 유학생의 몫이다.

시장에서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강릉을 찾는 관광객이 늘면서 일손이 부족했는데 (시장 근처의) 강릉원주대 출신 유학생이 이를 메워주고 있다"며 "꽤 고된 일인데 대부분 꾀 안 부리고 열심히 한다. 더 오래 일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유학생 근로 허용 시간 외국인 유학생 근로 허용 시간

[법무부 제공]

◇ 유학생 중 불체자 11%…"한국어 교육 강화하고 근로 허용 시간 줄여야"

문제는 이들의 한국 생활이 공부 대신 일에 방점을 찍히다 보니 졸업한 이후에 취업하거나, 국내에 제대로 정착하기가 사실상 힘들다는 점이다.

일주일에 40∼50시간씩 일하는 학생이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 게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창용 서울대 언어교육원 전임강사는 "유학생 유치에 혈안이 된 대학, 돈이 필요한 유학생, 이들이 없으면 지역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 지자체의 '윈윈윈'의 결과"라면서도 "유학생 제도의 본질인 '교육'을 놓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유학 비자와 구직(D-10) 비자를 거치면서 최대 10년간 한국에서 '알바하는 유학생'으로 머물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잇따른다"고 진단했다.

한국이민학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외국인 유학생 출신 불법체류자는 3만4천267명으로, 2014년(6천782명)보다 5배 넘게 불어났다.

전체 유학생 대비 불법체류자 비율은 2014년 7.8%에서 2018년 8.7%, 2022년 15.7%로 늘었다. 재작년에는 11.6%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2010년대 중반보다 높은 수준이다.

유학생의 규모는 커졌지만, 체류의 질과 안정성은 악화했다는 의미다.

이 강사는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학업에 집중하도록 근로 허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을 해야만 하는 유학생의 현실에 맞게 제도를 손질하고, 불법체류를 양산하는 지자체나 학교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도균 제주 한라대 특임교수는 "출석부를 조작해 유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등록금만 내면 눈감아 주거나, 불법체류로 전락한 재학생이 많은 학교에 대해서는 유학생 모집 제한 등의 페널티를 줄 필요가 있다"며 "동시에 유학생의 일손이 필요한 지역 상황을 인정하고 관련 규제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졸업장을 얻어 한국에서 취업할 수 있다는 선례가 쌓인다면 자연스럽게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이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법무부 관계자는 "유학생이 학업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근로를 허용한다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이를 고수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민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려면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며 "지자체, 유학생, 학교, 정부의 인식 차를 좁혀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태권도 동아리 체험하는 외국인 유학생 태권도 동아리 체험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4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에서 열린 동아리 박람회에서 외국인 유학생이 태권도 동아리 체험을 하고 있다. 2026.3.4 xanadu@yna.co.kr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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