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정학적 긴장 고조와 국제 유가 급등이 금융시장과 에너지 시장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환율은 상승하고 증시는 하락했다. 반면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기름값은 오히려 하락하는 상반된 흐름이 나타났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5원 오른 1493.7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9.4원 오른 1490.6원으로 출발해 장중 1490원 안팎에서 등락하다가 마감 직전 상승 폭을 키웠다.
환율은 이후 야간 거래에서 추가 상승해 오후 5시17분께 1500.1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 4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야간 거래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변동폭이 크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 유가 급등이 달러 강세를 자극하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된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언급하며 초강경 대응을 시사하자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위험 회피 심리도 확대됐다.
◆ 외국인 1조4천억 순매도…코스피 1.7% 하락
외국인 자금 유출도 환율 상승과 증시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약 1조4653억원을 순매도했다. 기관도 일부 매도에 나서면서 지수 하락 압력이 커졌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저가 매수에 나서며 지수 하단을 방어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96.01포인트(1.72%) 내린 5487.24로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하락 출발한 뒤 낙폭을 일부 줄이기도 했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약세 흐름이 지속됐다.
환율 상승과 유가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 상승이 원화 자산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해 주식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종별로는 항공·화학·유통 등 유가 영향을 받는 업종 중심으로 약세가 나타났다. 반면 일부 방산주와 에너지 관련 종목은 국제 유가 상승 기대감에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엔화 역시 약세를 나타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9.660엔까지 올라 160엔에 근접했다. 이후 소폭 하락해 159.373엔 수준을 기록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36.92원으로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보다 5.23원 상승했다.
◆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국내 기름값은 하락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기름값은 오히려 하락했다. 정부가 이날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공급 가격 상한이 설정된 영향이다.
정부는 13일 0시부터 정유사의 공급가격 최고액을 ℓ당 보통 휘발유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 등유 1320원으로 지정했다. 향후 중동 상황과 국제 유가 동향을 반영해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을 재지정할 방침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72.62원으로 전날보다 26.16원 하락했다. 경유 가격은 ℓ당 1884.14원으로 전날보다 34.83원 내려 4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서울 지역 기름값도 하락 폭이 더 컸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6.15원으로 전날보다 30.91원 떨어졌고 경유 가격은 ℓ당 1890.18원으로 45.99원 하락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오늘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면 시행한다"며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일부 업체가 폭리를 취하거나 부당이득을 챙기는 일을 막기 위해 공급가격에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제 금값은 하락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선물 가격은 온스당 5125.8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1.03% 내렸다. 국내 금 가격은 한국거래소 기준 1g당 24만380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0.16%(390원) 하락했다. 1돈(3.75g) 기준 가격은 91만4250원이다.
[폴리뉴스 권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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