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인간극장’이 가수 미스김의 무대 밖 삶을 조명하며 시청자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겼다. 전남 해남 땅끝마을에서 자란 청년 농부이자 트로트 가수인 미스김은 가족과 함께하는 삶과 무대를 향한 열정을 동시에 보여주며 진솔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땅끝마을, 미스김’ 편에서는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일상과 가족의 애틋한 이야기, 그리고 가수를 향한 꿈을 지켜온 과정이 차례로 펼쳐졌다.
이야기는 ‘전국노래자랑’ 예심 현장에서 시작됐다. 이 프로그램을 계기로 가수의 길에 들어선 미스김은 당시를 떠올리며 “저렇게 긴장하면서도 자신 있게 끼를 보여주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스김을 눈여겨본 소속사 대표 역시 첫 만남을 기억했다. 그는 “성량이 좋고 잠재력이 느껴졌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지만 가능성이 크게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스김은 우지민 작곡가를 찾아가 연습을 이어가며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스김은 “연습이 부족하면 무대에서 자신감이 떨어진다. 될 때까지 계속 연습해야 한다”고 말하며 무대에 대한 책임감을 드러냈다.
겨울철은 야외 공연이 줄어드는 비수기다. 오랜만에 고향 해남을 찾은 미스김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농사일을 거들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밭일을 도왔다는 미스김은 씨감자를 심고 대파 파종을 하는 등 능숙하게 일을 해냈다. 양봉 일을 하는 아버지를 돕는 장면도 공개됐다.
어린 시절의 기억도 떠올렸다. 부모님이 꿀 채취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던 탓에 집에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는 것. 미스김은 “학교에서 어버이날 편지를 써도 부모님이 집에 안 계셔서 울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들은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잘해주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며 미안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해남에서의 일상은 따뜻한 가족 이야기로 이어졌다. 미스김은 어린 시절 가수의 꿈을 심어준 고모를 찾아가기도 했다. 지역 가수로 활동했던 고모가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며 가수의 꿈을 품게 됐다는 것이다. 고모는 “노래는 배에 힘이 있어야 한다”며 건강을 걱정했고, 두 사람은 서로 손을 잡으며 애틋한 시간을 보냈다.
큰아버지 집을 찾았을 때는 온 가족이 모여 잔치 같은 식탁을 차렸다. 노래방 기계까지 등장해 분위기가 무르익었고, 조카들은 미스김의 노래 ‘될놈’을 부르며 응원을 보냈다. 이 곡은 어느새 가족들의 응원가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미스김에게도 고민의 시간은 있었다. ‘가요무대’ 출연을 준비하던 미스김은 리허설에서 박자가 흔들리자 “망했다”며 크게 긴장했다. 다행히 본 무대에서는 안정적인 노래를 선보였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집에 돌아온 미스김은 팬카페를 찾아 댓글을 읽으며 마음을 추슬렀다. 미스김은 “제가 단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쉽게 상처받는 편이다. 외모에 대한 비난을 들을 때마다 ‘괜히 가수가 됐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딸의 마음을 알게 된 아버지도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딸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해보겠다’고 말했을 때 마음이 아팠다”며 눈물을 보였다. 미스김은 아버지의 어깨를 다독이며 “엄마 아빠가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저도 멋진 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가족 사이의 갈등도 그려졌다. 아버지와 오빠가 농사 방식 문제로 의견이 맞지 않아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졌던 것. 이를 풀어낸 사람은 미스김이었다. 미스김은 새참을 들고 와 “역시 잘한다”며 칭찬을 건넸고, 덕분에 긴장했던 분위기도 서서히 풀렸다.
오빠는 “아버지 세대 방식과 새로운 농법 사이에서 의견이 다를 때가 있지만 최대한 아버지를 따르려고 한다”고 말하며 속 깊은 마음을 전했다.
외할머니 묘소를 찾은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가수의 꿈을 가장 먼저 응원해준 사람이 바로 외할머니였기 때문이다. 미스김은 “가수가 돼서 부모님 고생 덜어주라고 말씀하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가수가 된 뒤 단 한 번 무대를 보여드린 것이 마지막이 됐다는 사실도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
이후 미스김은 아버지와 함께 KBS1 ‘아침마당’ 듀엣 무대를 준비했다. 연습 과정에서 의견 차이로 잠시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지만, 서로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는 부녀는 결국 다시 연습을 이어갔다.
서울로 올라온 가족은 한강 유람선을 타며 나들이도 즐겼다. 이 자리에서 아버지는 젊은 시절 가수를 꿈꿨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서울에 올라와 웨이터를 하면 노래할 기회가 생긴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결국 봉제공장으로 가게 됐다”며 “마이크 대신 미싱을 잡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딸이 대신 이뤘다”고 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생방송 리허설에서는 아버지가 긴장해 머리가 하얘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막상 무대가 시작되자 여유를 되찾고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버지는 “처음엔 어떻게 하나 싶었는데 끝나고 나니 후련하다”고 웃었다. 미스김 역시 “가족이 함께 있어서 긴장이 전혀 되지 않았다”며 행복한 마음을 전했다.
봄이 찾아오면서 미스김의 야외 공연도 시작됐다. 전남 강진군 행사장에는 팬들과 친지들이 몰려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진도 축제에서 미스김을 보고 팬이 됐다는 외국인 관객까지 등장했다.
미스김은 “오늘 목표는 ‘미스김이라는 가수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것”이라며 힘찬 무대를 펼쳤고, 행사장은 환호와 박수로 가득 찼다.
행사를 마친 뒤 미스김은 다시 농부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씨감자를 심고 밭을 돌보며 가족들과 해남 바닷가를 걷는 평범한 시간도 이어졌다.
서울에서 활동하다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고향과 가족을 떠올린다는 미스김. 농사일과 가수 활동을 오가며 하루하루를 채워가는 그의 모습은 화려한 무대와는 또 다른 진솔한 매력을 보여줬다.
25세 청년 농부이자 트로트 가수로 살아가는 미스김의 이야기는 가족의 사랑과 꿈을 향한 노력, 그리고 소박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남겼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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