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힘든데 운동을 해야 할까요, 그냥 쉬는 게 좋을까요?"
항암 치료를 시작한 환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다.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생기는 오심(메스꺼움)과 구토, 온몸의 기운을 빼앗는 암성 피로(Cancer-related Fatigue)를 경험해본 환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운 날이 이어지다 보면, 운동은 건강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운동을 하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체력이 바닥난 상태라면, 몸을 움직일 '연료'가 없다고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는 게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양 재활(Oncology Rehabilitation)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가만히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피로는 더 심해지고 근육 감소는 빠르게 진행된다. 장기간의 침대 생활은 근육 위축과 체력 저하를 가속화하고, 회복 속도도 늦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항암 치료 중에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운동'이 아닌 '활동'으로 접근하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운동'이라는 말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는 '활동'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침대에 누운 채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발목을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는 동작만으로도 하체 혈액순환을 돕고 심부정맥 혈전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발가락을 몸 쪽으로 당겼다가 반대 방향으로 펴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근육 위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컨디션이 조금 회복됐다면 복식호흡과 가벼운 스트레칭을 시도해볼 수 있다. 배를 부풀리며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긴장을 완화하고, 오심이나 통증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상체를 좌우로 가볍게 비트는 동작만으로도 굳은 몸의 경직을 풀 수 있다.
조금 더 움직일 수 있는 날이라면, 일상의 동선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러 갈 때 곧장 가지 않고 집 안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아가는 식이다. 낮 시간에 의자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중력에 저항하는 근육이 작동하기 때문에 근육 감소를 늦추는 데 의미가 있다.
언제, 어떻게 움직이면 좋을까
영양 섭취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리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단백질 음료나 죽 같은 가벼운 식사를 한 뒤 30분 정도 지났을 때가 좋은 타이밍이다. 이때 5분 정도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근육 유지에 의미 있는 자극이 된다.
또한 항암 주기 중 '컨디션이 조금 나아지는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항암제 투여 직후 며칠은 힘들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비교적 상태가 회복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이때 무리한 운동보다는 평소보다 조금 더 걷거나 몸을 움직이는 정도로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목표는 작을수록 좋다
"오늘 30분 운동해야지"라는 목표는 항암 치료 중인 환자에게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다. 대신 "오늘은 발목을 열 번 움직여 보자", "오늘은 집 안을 한 바퀴 걸어보자" 같은 작은 목표가 훨씬 현실적이고, 실천하기도 쉽다.
그 작은 움직임이 멈춰 있던 몸의 순환을 깨우고, 떨어진 체력을 조금씩 되돌리는 출발점이 된다. 항암 치료의 긴 여정에서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작은 시도가 회복의 속도를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항암 치료 중 운동은 억지로 해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가능한 범위에서 몸을 조금씩 움직이는 것, 그 자체가 치료 과정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Copyright ⓒ 캔서앤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