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예스24문화재단,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제7권 발간
담배 산업 무대로 인니 격동의 현대사·여성 서사 담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제 책이 한국어판으로 번역돼서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인도네시아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인도네시아 작가 라티 쿠말라는 13일 서울 중구 한-아세안센터에서 열린 '시가렛 걸'(한세예스24문화재단)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책이 한국에 처음 소개된 데 대한 소감을 밝혔다.
'시가렛 걸'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 크레텍(정향 담배) 산업을 무대로 한 장편 소설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크레텍 산업에서 최고의 담배를 만들어내 여성 조향사인 '정야'.
인도네시아 담배 재벌 '크레텍 자가드 라야' 가문의 후계자들은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어머니가 아닌 다른 여자인 정야를 부르는 것을 듣게 되고, 아버지가 평생 가슴에 묻어둔 비밀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 여정에서 그들은 1960년대 담배 산업에서 천재적 미각과 열정으로 최고의 담배를 만들어낸 정야의 흔적을 마주하게 된다.
역사의 소용돌이에서도 자신만의 향기를 잃지 않았던 정야의 삶과 사랑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작가는 또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부터 독립 이후 혼란기, 그리고 1965년의 반공 대학살까지 이어지는 인도네시아의 격동적 현대사를 가문의 비극적 가족사와 절묘하게 엮어낸다.
작가는 할아버지의 크레텍 공장이 이번 작품의 모티프가 됐다고 설명했다.
가족들로부터 늘 크렉텍 산업에 종사했던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으며,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각인됐고 작품의 영감이 됐다고 했다.
또 당시 여성이 소외되고 억압됐던 사회적 분위기도 전했다.
작가는 "1960년대 인도네시아에서는 남성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고, 여성은 남성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쳤다"며 "여성이 담배를 만들면 '담배 맛을 망친다'며 여성을 탓하는 사회적 문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야라는 주체적 여성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도 설명했다.
작가는 "정야라는 인물은 항상 시대를 앞서 생각하고 나아가는 캐릭터이자 모든 시대에 필요한 여성상을 담아낸 캐릭터"라며 "현대 여성들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간담회에 참석한 체쳅 헤라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이번 '시가렛 걸' 한국어판 출간이 양국의 역사와 가치를 공유하고 문화적 연대를 강화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소설은 영어, 독일어, 아랍어 등 전 세계 6개국 언어로 번역됐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기도 했다.
1980년생인 라티 쿠말라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태어나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인물들의 삶을 통해 인도네시아 사회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탐구하며 주목받았다.
소설 외에도 영화와 드라마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남편인 에카 쿠르니아완 역시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소설가로,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호랑이 남자' 등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동남아시아문학총서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재단은 한국과 동남아시아 국가 간 문화 교류 증진을 위해 2020년부터 동남아시아 근현대문학 출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백수미 재단 이사장은 "국내 개별 출판사들이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의 명작들을 발굴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며 "동남아시아문학총서는 동남아시아의 독특한 문화를 전 세계로 연결하는 든든한 다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동선 옮김. 332쪽.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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