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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유사의 도매 공급가에 상한선을 두는 강력한 물가 안정책을 내놨음에도, 이날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영은 ‘환영’보다는 ‘관망’에 가까웠다.
서울 성북구 삼선동의 한 셀프 주유소에서 만난 40대 남성 A씨는 “한창 기름값이 치솟았을 때보다는 조금 내려가서 다행”이라면서도 “가격이 오를 때는 확 올랐는데 내릴 때는 찔끔찔끔 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50대 남성 B씨는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유류 업체들이 실제로 장기적인 가격 인하에 동참할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몰고 주유소를 찾은 50대 남성 C씨는 “가격을 강제로 제한하면 결국 어디선가 시장 왜곡이 생기지 않겠느냐”며 정부 정책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정부는 이날 0시를 기준으로 개별 주유소에 공급하는 휘발유(보통), 경유, 등유를 대상으로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이후 처음이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정유사가 주요소와 대리점 등에 공급하는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주요소 판매 가격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차 최고가격으로 보통휘발유 리터당 1724원, 자동차용 경유 1713원, 실내등유 1320원을 제시했다. 이는 직전 평균 공급가 대비 휘발유는 109원, 경유는 218원, 등유는 408원가량 낮다.
정부의 고강도 대책에도 구하고 실제 소비자 체감까지는 약 3~7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할 전망이다. 주유소들이 상한제 시행 전 ‘비싼 가격’에 들여온 재고 물량이 저장탱크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D씨는 “오늘부터 싼 기름을 떼어올 수 있다 해도, 기존의 비싼 재고를 다 팔기 전까지는 가격을 내리기 어렵다”며 “비싸게 사온 기름을 손해 보고 팔 수는 없지 않나. 그 손실을 주유소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 실시간 반영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성북구 일대 주유소들은 정책 기조와 주변 눈치를 살피며 리터당 50원 안팎의 인하를 단행했으나, 상한제 효과가 온전히 반영된 가격은 아니었다. D씨는 “마진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600원에 사 와서 700원에 팔던 걸 1000원에 사 와서 1100원에 파는 것”이라며 “오히려 기름값이 뛰면 사람들이 차량을 굳이 끌고 나오지 않게 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늘부터 석유 최고가격제를 전면 시행한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로 요동치는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공급 가격에 분명한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며 “만약 석유 최고가격제를 어기는 주유소 등을 발견하시면 지체 없이 저에게 신고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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