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형 반도체(ASIC) 디자인 솔루션 전문기업 에이직랜드가 혹독한 성장통을 겪고 있다. 단기적인 영업이익 적자라는 쓴맛을 보았으나, 물밑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역량 내재화와 선단 공정 투자를 감행하며 체질 개선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이직랜드(445090)는 2025년 연결기준 매출액 728억 원, 영업손실 276억 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표면적인 숫자는 분명한 악재다. 주요 고객사들의 칩 개발 일정이 도미노처럼 뒤로 밀리면서 당장 인식되어야 할 매출이 이연된 여파가 크게 작용했다.
막대한 비용 지출 역시 발목을 잡았다.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대만 법인의 선단 공정 인프라를 무리하게 확장한 데다, 글로벌 팹리스 기업들의 눈높이에 맞춘 자체 AI 연구과제를 무더기로 쏟아내며 연구개발(R&D) 고정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회사 측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전략적 투자라고 항변하지만, 냉혹한 주식 시장의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결국 눈에 보이는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안게 됐다.
다행히 반전의 서막은 올해 초부터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천문학적인 개발비를 쏟아부은 프로젝트들이 마침내 고수익을 담보하는 '양산' 단계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체결한 254억 원 규모의 스토리지 컨트롤러 양산 계약이 대표적인 신호탄이다. 통상 반도체 디자인 하우스의 수익 구조는 초기 칩 개발 단계보다 파운드리를 거쳐 대량으로 양산될 때 마진율이 극대화된다. 지난해 미뤄졌던 매출이 본격적으로 장부에 꽂히기 시작하면 영업이익률 회복은 시간문제라는 긍정적인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 수주 릴레이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2월 글로벌 뉴로모픽 AI 반도체 기업인 '브레인칩(BrainChip)'과 신규 개발 계약의 도장을 찍으며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연이어 12일에는 반도체 후공정(OSAT)의 새로운 허브로 떠오르는 말레이시아 현지 고객사와도 손을 잡았다. 북미 시장의 첨단 AI 수요를 빨아들이는 동시에 아시아 지역의 탄탄한 생산 밸류체인까지 아우르겠다는 공격적인 행보다.
에이직랜드 경영진은 혹독했던 지난 1년을 첨단 기술 내재화를 위한 불가피한 담금질의 시간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종민 대표 체제의 에이직랜드가 단기 실적 악화라는 암초를 뚫고, 2026년을 기점으로 진정한 글로벌 핵심 파트너로 비상할 수 있을지 시장의 엄격한 평가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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