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항암 치료는 단일요법을 넘어 혁신 신약 병용요법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공정거래법상 타 사간 협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이한길 교수는 12일 한국아스텔라스(대표 김준일)가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 프리미어 코엑스 센터에서 ‘혁신 신약 병용요법 시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한 과제’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미디어 세션에서 이같이 밝혔다.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 급여 사례 ‘0건’…정부 주도의 제도적 공백 해결 필요
이한길 교수는 ‘국내 환자 접근성 제고를 위한 해외 제도 사례와 정책적 제언’이라는 내용의 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10년간 특허가 만료되지 않은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이 건강보험 급여로 등재된 사례가 없다”며, “이러한 배경에 대해 현행 급여 제도는 여전히 단일약제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최신 치료 전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의 경우 약가 조정과 가치 배분을 위해 양사 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현행 공정거래법상 공식적인 논의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조율할 정부 차원의 중재 기구도 부재하다”며, “현재 비용효과성 평가 체계는 단일 약제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혁신 신약 병용요법이 창출하는 시너지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영국의 제도 운영 사례와 벨기에 및 스웨덴 등 주요 국가들의 새로운 제도 도입 논의 현황을 소개하며, 산업계와 정부가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 급여 필요성을 인지하고 급여 평가 과정 개선에 협력하는 구체적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혁신 신약 병용요법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하고 환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급여 평가 체계와 프로세스를 현실에 맞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는 적극적 중재자로서 혁신 신약 중심의 병용요법 가치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검토 체계를 구축하고, 환자 접근성을 향상시킬 실질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 사간 이해관계자 및 전문적 평가를 위한 ‘(가칭)병용요법소위원회’ 신설 등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항암 치료 패러다임 변화…단일요법에서 혁신 신약 간 병용요법으로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김인호 교수는 최근 글로벌 항암 치료가 단일요법에서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진 혁신 신약병용요법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용요법은 서로 다른 기전의 치료제를 함께 사용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전략으로, 다양한 암종에서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 잡고 있다.
▲병용요법 비율 증가
실제 2007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된 항암제 임상 연구 중 단독요법의 비중은 70%에서 20~30% 급감했고, 병용요법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80%까지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허가된 혁신 신약 병용요법 71건 가운데 약 75% 이상(54건)이 최근 5년 내 승인됐다.
김 교수는 40년 만에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파드셉과 펨브롤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해 상호보완적 기전을 통해 기존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 대비 전체 생존기간(mOS)을 약 두 배 수준인 33.8개월까지 연장한 혁신 신약 병용요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은 현재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와 유럽종양학회(ESMO) 가이드라인에서 전이성 요로상피암의 1차 치료로 우선 권고되는 유일한 치료옵션으로 자리잡았다.
▲”병용요법 자체 임상적 가치 평가“ 필요
김 교수는 “혁신 신약 병용요법은 두 약제가 함께 사용되는 치료 전략으로 임상적 효과가 입증된 치료이다”라며, “이러한 치료의 가치는 개별 약제가 아니라 병용요법 자체의 임상적 가치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1차 치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전이성 요로상피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적 이득을 입증한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이 임상 현장에서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두 약제 모두에 대한 급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 협력”
한국아스텔라스 항암제 사업부 김진희 전무는 “이번 미디어 세션은 글로벌 항암 치료 패러다임이 혁신 신약 병용요법 중심으로 변화하는 가운데 국내 환자들이 혁신 치료의 혜택을 보다 원활하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전문가들의 고견을 공유하고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앞으로도 환자들이 임상적 가치가 입증된 치료 옵션에 보다 신속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의료계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파드셉 1차 병용요법은 국내에서 2024년 7월 전이성 요로상피암 1차 치료로 허가됐으며, 허가 이후 약 1년 8개월이 지난 현재(2026년 3월)까지 비급여 상태이다.
2025년 10월에 열린 제8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에서 급여 기준이 설정된 바 있지만, 타사 간 신약 병용요법이라는 특성상, 관련 급여 평가에 대한 세부 기준의 부재로 향후 급여 논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여러 변수들이 산재해 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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